[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가 22일 이사회 결의를 통해 인적분할을 결정하면서, 이번 분할로 인한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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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로직스는 그룹 차원의 구조개편에 선을 그었으나 이번 인적 분할로 향후 삼성물산(028260)이 삼성 금융계열사가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확보할 여력이 생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인적분할 후 삼성바이오에피스, 5년간 상장 안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날 공시를 통해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CDMO, 존속회사)와 삼성에피스홀딩스(삼성바이오에피스 포함 자회사 관리, 신설회사)로 단순·인적분할을 한다고 밝혔다. 신설되는 삼성에피스홀딩스는 삼성바이오에피스를 100% 자회사로 편입한다.
이번 인적분할은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과 바이오시밀러 사업의 완전 분리를 통해 각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회사는 설명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순수 CDMO 전문회사로, 삼성에피스홀딩스는 바이오시밀러 기업인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지주회사 역할을 맡게 된다.
유승호 삼성바이오로직스 경영지원센터장 부사장은 이날 설명회에서 “바이오로직스의 사업적인 배경 등의 문제가 굉장히 중요한 문제로 부각 돼 자체적으로 발의를 한 문제”라며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바이오에피스가 서로 윈윈하는 구조로 가야겠다는 배경 아래 (인적분할을) 시행했다”고 말했다.
중복상장 이슈에 대한 우려를 고려해 삼성바이오에피스는 향후 5년간 별도 상장을 추진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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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에피스홀딩스 인적분할 전후 지배구조(자료=삼성바이오로직스) |
삼성그룹 지배구조 신호탄?
증권가에서는 삼성물산(028260)이 향후 삼성 금융그룹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확보하기 위한 자금여력이 확충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최관순 SK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삼성바이오로직스 인적분할 이후 삼성물산(43.1%)과 삼성전자(31.2%)가 보유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을 삼성에피스홀딩스에 현물출자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현물출자 시 삼성물산과 삼성전자는 삼성에피스홀딩스 지분만 보유하게 되고, 삼성에피스홀딩스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를 보유하는 바이오 중간 지주회사가 된다”고 설명했다.
이 경우 삼성물산과 삼성전자의 삼성에피스홀딩스 지분율은 각각 53.2%, 38.6%로 상승하고, 삼성에피스홀딩스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 74.3%를 보유하게 된다는 분석이다.
이어 최 연구원은 “삼성물산이 중간지주사인 삼성에피스홀딩스 지분을 매각하면 약 29조6000억원의 현금을 마련할 수 있다”며 “이는 삼성생명(8.5%)와 삼성화재(1.5%)가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32조9000억원)에 맞먹는 규모로, 삼성물산이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긴다”고 전망했다.
현재 삼성물산은 삼성전자(5.0%), 삼성바이오로직스(43.1%), 삼성생명(19.3%), 삼성에스디에스(17.1%), 삼성E&A(7.0%) 등 주요 계열사 지분만 55조9000억원에 달한다. 반면 삼성물산의 시가총액은 23조6000억원으로 현저한 저평가 상태다. 최 연구원은 “이번 인적분할이 삼성물산의 보유 지분가치가 부각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인적분할은 7월 29일 증권신고서 제출, 9월 16일 주주총회, 10월 1일 신설회사 창립, 10월 29일 변경상장 및 재상장 등 절차를 거쳐 마무리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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