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원자력 르네상스의 시기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원자력 발전소 건설을 가속화하기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전 세계 증시에서 원자력과 우라늄 관련주들이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제는 원자력의 시대"라면서 "미국은 (원자력 프로그램을) 매우 크게 추진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월스트리트도 원자력의 부활에 주목해왔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최근에도 70페이지가 넘는 심층 리포트를 내고 "안정적이고 간헐성 문제가 없는 탈탄소 전력원에 대한 수요가 전 세계적으로 급증하면서 원자력 기술에 대한 혁신과 투자, 정책적 지원이 가속화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전 세계의 원자력 르네상스
원자력 부활을 이끄는 요인은 여러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생성형 인공지능(AI)와 대규모 데이터센터, 전기차 등 전력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AI가 내년 중반쯤부터 심각한 전력 부족 문제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고 재차 경고했습니다.
머스크는 수년 전부터 AI가 자신의 예상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확산하고 있다면서 △반도체 △변압기 △전력 생산 세 가지가 AI 확장의 제약 요인이 될 것이라고 해왔는데요. 지난해를 기점으로 반도체 부족은 어느 정도 해결됐고, 앞으로 변압기 공급 문제도 해결될 수 있겠지만, 결국 전기 그 자체의 생산 부족에 부딪힐 것이라는 게 머스크의 진단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과거 치명적인 사고와 안전성 우려, 정책적 후퇴 등으로 에너지 믹스에서 비중이 줄었던 원자력 발전을 결국 다시 늘릴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두 번째는 안정적인 기저 전력원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365일 24시간 안정적으로 가동하려면 전력도 안정적이어야 합니다.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도 ESS 배터리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발전 비중이 커지고 있지만 태생적인 간헐성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원자력은 여기에서 강점이 있습니다.
탈원전 기조를 주도했던 유럽 주요국과 스리마일아일랜드 원전 사고로 신규 원자력 발전소 건립을 꺼렸던 미국 등 각국이 다시 원전 확대에 나서고 있는 것도 핵심 동력입니다. 특히 에너지 안보의 측면에서 중국과 러시아로부터 원전 시장의 주도권을 탈환해야 한다는 경계심이 짙습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2017년 이후 설치된 원자로의 87%는 러시아와 중국의 설계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원자력 산업에서 미국을 실질적인 파워 국가로 다시 만들겠다"고 선언한 데에도 이런 의도가 담겨있습니다.
미국은 오바마 행정부 때부터 소형모듈원전(SMR) 기술을 중심으로 원전에 대한 정책 지원을 점진적으로 늘려왔습니다. 트럼프 2기 정부 들어서는 더욱 본격적입니다. 올 3월 미국 에너지부가 3.5세대 경수로 기반 SMR 프로그램에 총 9억 달러를 지원하겠다고 공고한 데 이어 이번 행정명령에 서명한 것만 봐도 그렇습니다. 트럼프 정부는 오는 2050년까지 미국의 원자력 발전 용량을 네 배로 늘리기 위해 신규 원자로 승인 절차와 규제를 대폭 간소화하기로 했습니다. 또 미국 내 우라늄 공급망을 구축해 러시아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목표도 세웠습니다. 원자력 산업에서도 패권을 확보하겠다는 겁니다.
원자력 관련 종목은
이런 산업·정책적 요인들에 힘입어 원자력 산업은 새로운 성장의 계기를 맞았습니다. 투자자들은 어디에서 기회를 찾아야 할까요?
골드만삭스는 14개 종목을 추천하고 있습니다. 캐나다의 세계 최대 우라늄 생산 업체인 카메코(CCJ), 원자로 설계 기술과 전력망 솔루션을 보유한 GE버노바(GEV), 일본의 원전 설계·엔지니어링 기업 히타치(6501), 원자로 핵심 부품 제조사 미츠비시중공업(7011), 계측·모니터링 업체 미리온테크놀로지(MIR), 원전 운영 및 유틸리티 업체인 듀크에너지(DUK), 도미니언에너지(D), 비스트라(VST) 등입니다. 글로벌X 우라늄 ETF(URA), 스프롯 우라늄 마이너 ETF(URNM), 반에크 우라늄&뉴클리어 ETF(NLR) 등 ETF로 투자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영상을 통해 다뤘습니다.
당연히 이것이 전부는 아닙니다. SMR 기업의 대명사가 된 뉴스케일파워(SMR)와 오클로(OKLO), 미국 내 원자력 발전 비중 1위 컨스텔레이션에너지(CEG), 미국 농축우라늄 업체 센트러스에너지(LEU) 등도 상승폭이 큽니다. 다만 주가가 많이 오른 만큼 밸류에이션이 보다 매력적인 기업들에서도 기회를 찾아볼 만합니다. 골드만삭스는 뉴스케일파워에 대해 '중립' 의견을 제시하고 "SMR 제조에서 선도적이지만 검증되지 않은 비즈니스 전략과 불분명한 재무 목표 등 불확실성이 상존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뉴욕=빈난새 특파원 bint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