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마켓in 허지은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HMM(011200) 부산 이전을 대선 공약으로 내세운 가운데 HMM의 재매각이 사실상 어려워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주가가 급등하며 튀어오른 기업가치 탓이다. 인수 자금 부담이 배로 커지면서 국내 기업 중에선 원매자 찾기가 더욱 어려워진데다, 해운업종이 갖는 국가 기간산업의 특성상 해외 매각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지난해 HMM 매각을 추진했던 대주주의 입장도 미묘하다. 산업은행은 HMM 보유 지분을 조속히 매각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한국해양진흥공사는 ‘팔더라도 잘 팔겠다’며 매각을 서두르진 않는 분위기다. 가뜩이나 통매각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대주주 간 엇박자까지 엿보이면서, 일부 지분만 매각한 뒤 HMM의 내실을 다지는 방안이 현실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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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를 활용한 이미지] |
“HMM 부산 이전” 매각 난이도 더 높아졌다
2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HMM 재매각은 지난해 하림-JKL파트너스 컨소시엄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이 결렬된 이후 조기 대선 국면 등 정치적 변수와 맞물리며 올스톱된 상태다. 최근 호반의 HMM 인수설이 돌았으나 대주주인 산은과 해진공은 “재매각 계획이나 시점은 정해진 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업계에선 HMM 빨라도 내년 상반기에나 재매각이 추진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인수 금액 부담이다. 산은과 해진공은 지난 4월 마지막 7200억원 규모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 완료했다. 두 기관의 합산 지분율은 약 71.7%(산은 36.02%, 해진공 35.67%)로 상승했다. 전날 HMM 시가총액 기준 산은과 해진공 보유 지분 가치는 16조300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매각 당시 인수 예정가(6조4000억원)보다 투입 자금이 10조원 이상 늘어났기에 대규모 인수금융, 컨소시엄 형태의 인수로도 쉽지 않은 딜이 될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HMM의 부산 이전이 현실화될 경우 매각은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이재명 후보는 부산 유세에서 “HMM이 부산으로 옮겨오도록 하겠다”며 해양수산부와 HMM 등을 부산으로 이전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해운사 맏형 격인 HMM을 필두로 부산을 ‘해양 수도’로 띄우겠다는 의도다. 사옥 이전부터 사업 확장까지 정부 개입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만큼 산은과 해진공이 지분을 매각하기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산은 지분만 일부 매각, 현실화 가능성 높아
HMM 매각이 지연된다면 급한 쪽은 산은이다. 현재 산은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13.9%)은 업계 최저 수준으로, 금융 당국의 권고 기준인 13%를 간신히 지키고 있다. 여기에 HMM 주가가 올라 산은 BIS 비율의 15%를 넘으면 초과분에 대해 위험가중치 1250%가 적용되면서 BIS 비율은 더욱 내려간다. HMM 지분을 현금화해 건전성 부담을 덜고자 하는 산은에게 현 상황이 달갑지 않은 이유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부 지분 매각 가능성도 제기된다. 대주주 보유 지분 중 산은만 BIS 비율 관리 차원에서 지분을 매각하고 해진공은 지분을 유지하는 방안이다. 산은 지분(36.02%) 가치는 전날 종가 기준 8조2000억원 수준으로 인수 부담을 절반으로 낮출 수 있다. 매각이 급하지 않은 해진공은 HMM의 조력자로 남는다면 산은 지분을 인수할 원매자 입장에서도 지분가치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
실제 HMM이 매각 주체가 아닌 인수 주체로 나서면서 일부 지분 매각설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지난 2월 HMM은 SK해운의 벌크·탱커·LPG(액화석유가스) 등 사업부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자로 선정됐는데, 컨테이너선 중심의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통해 HMM 내실을 다지기 위한 해진공의 의지가 적극 반영됐다는 평가다.
배세호 iM증권 연구원은 “산업은행 지분만 매각하거나 양 기관 지분을 일부 매각하는 것이 가장 현실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며 “일부 지분 매각은 딜 사이즈가 7조~8조원 수준으로 줄어들고 주주간 계약으로 경영권을 충분히 보장받는 가정 하에 국내 기업에서도 충분히 고려할 수 있는 건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