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이어 유럽연합(EU)도 철강 제품에 대한 무역장벽을 높일 것이란 전망에 국내 철강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EU는 국내 철강기업들의 최대 수출처여서다.
3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EU는 역내에 들어오는 철강 제품을 대상으로 무관세 쿼터를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유럽산 철강에 관세를 올린 데 대한 보복 조치의 일환이다. 미국은 4일부터 모든 수입 철강·알루미늄 제품의 관세를 25%에서 50%로 인상하기로 했다. EU는 이에 반발해 미국에 보복관세를 물리는 동시에 역내 철강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무관세 수입 쿼터 조정을 고려하고 있다. EU 집행위원회는 2일(현지시간) “상호 수용 가능한 해결책이 나오지 않으면 보복관세 및 추가 조치를 다음달 14일 발효할 계획”이라며 “필요하면 그 전에 시행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EU는 지난 4월 한 차례 무관세 수입 쿼터를 축소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직후 수입 철강 제품에 25% 품목 관세를 부과하자 EU는 철강산업 보호를 명목으로 쿼터제를 개정했다. 미국의 ‘관세 폭탄’에 따른 유럽 철강기업의 피해를 무관세 수입 쿼터 조정을 통해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미국과 EU 간 ‘힘겨루기’의 불똥은 한국 철강 기업에도 튀었다. 유럽으로 향하는 한국산 철강 제품의 무관세 쿼터가 18만6358t(열연 제품 기준)에서 16만1144t으로 14% 축소됐기 때문이다.
무관세 수입 쿼터 축소 조치가 시행된 4월 국내 철강업계의 EU 수출액은 전년 동월 대비 10.2% 감소했다. EU가 한 번 더 무관세 수입 쿼터를 축소하면 국내 철강업계의 피해는 커질 수밖에 없다.
EU는 국내 철강업계의 최대 수출지역이란 점에서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다. 한국 철강업체들의 지난해 전체 수출물량(2835만t)의 13.4%(381만t)를 EU가 책임졌다. 일본(367만t)과 인도(305만t), 미국(276만t)을 능가하는 규모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유럽이 무역장벽을 높이면 현지 자동차 업체들의 요청으로 늘고 있던 국내 철강 수출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라며 “당장 유럽을 대체할 만한 시장이 없는 만큼 대책 마련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