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산불 진화 작업에 투입된 임차 헬기가 추락해 조종사 1명이 숨졌다. 지난달 26일 경북 의성 산불 현장에서 임차 헬기가 추락한 지 11일 만에 또 사고가 발생했다. 이번에도 노후한 헬기가 투입됐다가 추락함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의 임차 헬기 운용 전반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경찰과 대구소방안전본부 등에 따르면 사고 헬기는 이날 오후 3시41분께 서변동 야산에서 난 불을 끄기 위해 투입됐다가 산불 현장에서 100m가량 떨어진 곳에 추락했다. 대구 동구가 임차한 이 헬기는 1981년 제작된 벨(BELL) 206L 기종이다.
추락 현장에서 약 50m 떨어진 밭에 있다가 사고를 목격한 시민 김영호 씨(70)는 “화재 진압을 위해 저수지에서 물을 퍼 나르던 헬기가 고도를 높이지 못한 채 멈췄다”며 “이후 헬기 뒤쪽 프로펠러가 비닐하우스 천에 걸리며 기체가 180도 뒤집혀 그대로 추락한 것으로 보였다”고 말했다.
유일한 탑승자 정궁호 기장(74)은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 정 기장은 경찰 항공대 출신으로 1981년부터 지금까지 44년간 헬기를 조종해온 ‘베테랑 조종사’다. 특히 1985년부터 25년간 충남·경기경찰청 등 지방 항공대에서 근무하며 크고 작은 재난 구조 현장에서 활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과 국토교통부 등 관계 당국은 현장 수습을 마무리하는 대로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할 계획이다. 이날 오후 3시12분께 발생한 산불은 한 시간여 만인 4시18분께 진화됐다.
산불 진화 작업 중 헬기가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한 것은 올해 들어서만 두 번째다. 지난달 26일 의성군 신평면 교안리 한 야산에서 산불 진화 작업을 하던 강원 인제군 임차 헬기가 추락했다. 이 사고로 헬기를 몰던 박현우 기장(73)이 순직했다.
전문가들은 헬기 노후화가 반복된 추락 사고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만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산림청이 보유한 진화 헬기는 총 50대로 이 중 20년 넘게 운영 중인 헬기가 전체의 약 65%(33대)를 차지한다. 30년 이상 운용된 헬기도 12대에 달한다.
채희문 강원대 산림과학부 교수는 “진화 헬기를 띄우기 전 충분한 유지·보수가 이뤄졌는지 점검해야 한다”며 “정부 차원에서 노후한 진화 헬기를 순차적으로 교체할 방안을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헬리콥터 운항 시 체력 소모가 많아 비상 상황에 잘 대처하기 위해서는 조종 업무 가능 연령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윤대식 구미대 항공헬기정비학과장은 “현행 항공안전법에는 헬리콥터 조종의 연령 제한이 없으나 사고 감소 등을 위해 별도로 제한을 두는 방안도 장기적으로는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희원 기자 top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