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사상 처음 3,500 선을 돌파하며 한국 증시의 새 역사를 열었다. 추석 연휴를 앞둔 2일 코스피는 2.7% 오른 3,549.21에 거래를 마쳤다. 세계적인 인공지능(AI) 투자 열기 속에 미국 증시가 연일 최고 기록을 쓰고 있는 데다, 한국 반도체가 슈퍼사이클(초호황기)을 맞을 거라는 기대가 커진 덕분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오픈AI에 수십조 원 규모의 반도체를 공급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외국인은 2일에만 코스피 주식을 역대 최대인 3조 원 넘게 쓸어 담았다. 한 달 새 외국인이 사들인 삼성전자·SK하이닉스 주식은 9조 원에 달한다.
미국 증시는 2일(현지 시간)에도 다우존스·S&P500·나스닥 등 3대 지수가 모두 종가 기준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미 연방정부의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우려에도 금리 인하와 3분기 실적 기대감이 겹친 영향이다. 글로벌 증시 훈풍과 K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내년 상반기 코스피가 4,000 고지를 밟을 거라는 장밋빛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팽배한 낙관론 사이로 단기 급등의 그늘을 살펴야 할 때다. 주식 상승장에서 나만 낙오될지 모른다는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 심리가 커지면서 빚투(빚내서 투자)가 다시 성행하고 있다. 신용거래 융자 잔액은 23조 원을 웃돌며 반년 새 50% 넘게 급증했다.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묻지 마 투자’에 나선 투자자가 이만큼 많다는 뜻이다. 미국에서도 증시 과열 여부를 보여주는 ‘버핏 지수’가 최고로 치솟았고,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상당히 고평가됐다”고 하는 등 거품 논란이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실물경기는 여전히 찬 바닥인데 해외 증시 상승과 투자 심리 호전만으로 주가가 오르는 데는 한계가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전망대로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올해 0.9%, 내년 1.8%에 그쳐 잠재성장률에 미치지 못한다면 주식시장 역시 반짝 상승에 그칠 수 있다. 정부는 기록적 주가 달성을 자축하기보다 기업 실적과 성장이 뒷받침되도록 경제 체질 개선에 집중해야 한다. 투자자들도 지나친 낙관론과 자신감을 경계하고 언제 찾아올지 모를 조정장에도 대비해야 할 것이다.- 좋아요 0개
- 슬퍼요 0개
- 화나요 0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