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원은 전국 주요 아파트 3만5000채를 표본으로 매주 가격을 조사해 발표한다. 표본 아파트의 거래가 없으면 비슷한 주변 아파트 거래가액, 호가를 활용해 조사원이 가격을 매긴다. 시장이 위축돼 실제 거래가 많지 않을 때는 조사원의 주관적 판단에 통계가 좌우돼 정확성에 문제가 생길 소지가 적지 않다. 대단지 중 상대적으로 거래가 많은 서울 강남구 은마아파트의 경우 한 해 중 거래가 전혀 없는 것이 통상 20주(週)가 넘는데, 가격은 매주 매겨진다.
이런 통계상의 한계 때문에 정부 공인 주택 가격지수를 주 단위로 발표하는 나라는 세계적으로 한국밖에 없다고 한다. 미국, 일본의 경우 주거용 부동산 가격지수를 월 기준으로 낸다. 국내 민간기업들이 만드는 주간 아파트 가격 통계 역시 실제 거래가 없을 경우 비슷한 아파트의 거래 가격을 해당 지역 공인중개사 사무소가 입력하는 방식이어서 신뢰성이 높지 않긴 마찬가지다.
이렇게 정확성이 떨어지는 부동산원 통계는 정부가 재건축 아파트 초과이익 부담금 등을 매기는 용도로도 사용된다. 과거 ‘재건축 시작 시점’의 아파트값이 부동산원 주간 통계상 당시 실제 가격보다 낮게 평가돼 있는 경우 재건축 후 초과이익이 과도하게 평가되는 문제가 생긴다. 이렇게 부당하게 매겨진 부담금 때문에 분쟁이 발생해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주택 공급을 확대하는 데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이 많다.특히 요즘처럼 거래가 얼어붙은 상황에선 한두 건의 고가 거래만으로도 주간 통계가 요동을 치게 된다. 높은 가격에 아파트를 거래했다고 신고했다가, 나중에 슬그머니 취소하는 ‘가격 띄우기’ 의심 거래까지 늘어나고 있다. 이렇게 왜곡된 통계를 토대로 정부가 부동산 대책을 세울 경우 시장 현실과 동떨어진 세제·금융 정책이 나올 수 있다. 정부는 부동산원 주간 통계를 조속히 폐지하거나 공표를 중단하고,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월 단위 통계로 대체해야 한다.
- 좋아요 0개
- 슬퍼요 0개
- 화나요 0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