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내년 하반기부터 전국 요양병원 환자 21만 명 중 치매 욕창 혼수상태 등 중증 이상인 환자의 간병비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간병비 급여화 정책 초안을 발표했다. 22일 공청회에서 공개된 초안에 따르면 내년 200개 요양병원 환자 2만 명에서 시작해 현 정부 임기 말인 2030년엔 500개 병원 6만 명이 대상이다. 100%인 본인 부담률을 30% 내외로 낮추고, 정부가 건보 재정에서 70%를 부담할 계획이다. 정부는 개인이 부담하는 간병비가 월 60만∼80만 원으로 줄어들 것으로 추산한다.
대부분 건보 적용이 되는 의료비와 달리 전액 개인 부담인 간병비는 고령자와 그 가족들의 공통된 우환거리다. 환자 1명을 전담하는 간병인 비용은 월평균 377만 원으로 웬만한 직장인 월급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이 때문에 ‘간병 실직’이 늘고, ‘간병 파산’에 이르거나, ‘간병 지옥’을 견디다 못해 가족 간에 ‘간병 살인’이 벌어지기도 한다. 지난 대선 때 주요 후보들 모두 간병비 급여화를 공약으로 제시한 이유도 간병비가 개인적 고충을 넘어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는 인식 때문일 것이다.
문제는 재원이다. 정부는 2030년까지 간병비 급여화에 6조5000억 원이 들 것으로 추산한다. 중장기적으로 간병비 지원이 필요한 중증 환자 8만 명 모두에게 혜택을 주려면 그 이상의 재원이 필요하다. 정부는 이를 건보 재정으로 충당할 계획이지만 가뜩이나 저출산 고령화로 빠르게 소진되는 건보 재정은 의정 갈등으로 인한 비상 진료 체계 가동에 과도한 예산이 투입되면서 당장 올해 적자로 전환돼 2028년엔 적립금마저 바닥날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간병비 급여화 정책을 위해서라도 건보료 지출 구조조정을 서두를 수밖에 없다. 요양병원 환자들 중에는 입원할 필요가 없는 환자가 15.6%나 된다. 간병비 급여화가 불필요한 입원을 부추길 우려도 있는 만큼 중증 이상만 이용하도록 요양병원 구조개혁부터 해야 한다. 가정과 지역사회의 돌봄 체계를 강화하면 요양병원 입원 장기화를 막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과잉 진료와 의료 쇼핑 등 건보 재정이 새는 구멍도 막아야 한다. 건보료 지출을 제대로 통제해야 건보료 인상과 조세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다.- 좋아요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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