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이미지]나홀로 출동, 징계로 못 막아… 인력-시스템 재설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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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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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차올라서 (추가 구조 인력이) 조금 필요할 것 같긴 하거든요?”

11일 새벽, 갯벌에 고립된 남성을 구하러 홀로 바다로 들어가기 직전 해양경찰관 고 이재석 경사는 파출소 팀장에게 무전으로 이렇게 말했다. 그러나 추가 인력은 오지 않았다. 당직자 4명은 규정된 3시간의 휴게 시간을 훌쩍 넘긴 6시간 동안 쉬라는 지시를 받고 잠들어 있었고, 팀장은 그들을 깨우지 않았다.

결국 34세의 젊은 경찰은 자신의 구명조끼까지 고립된 남성에게 벗어준 채 차디찬 바다에서 홀로 사투를 벌이다 꽃다운 생을 마감했다. 규정을 어기고 사건 은폐를 시도했다는 의혹을 받는 간부들은 대기 발령됐고 징계를 앞두고 있다.

그러나 단순히 몇몇의 무거운 징계로 끝나선 안 된다. 올 초 나온 해양경찰청의 ‘중기 인력 관리 계획(2026∼2029)’에 따르면 자연재해, 해상사고로 인한 구조·구난 수요는 꾸준히 증가하는 데 반해, 인력 증가는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2029년 필요 인력 대비 실제 근무 인력이 1792명 부족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기준 전체 인력의 10%가 넘는 수다. 이런 인력 부족은 현장에서 치안과 안전을 담당하는 일선 경찰서의 부담으로 이어진다. 이미 2023년 자료에서도 해경 현원은 기준 정원보다 199명 부족했는데, 이 중 179명이 경찰소, 파출소 등에서 미달했다.

문제는 상황이 크게 나아질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저출산으로 청년 인구 자체가 줄어드는 데다, 야간·비상 출동이 잦고 보수와 처우는 상대적으로 낮은 해경의 직업으로서 매력도는 점점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선 파출소가 휴게 시간을 규정보다 길게 보장하는 것도 이 같은 현실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경찰, 소방, 군 등 다른 ‘MIU(Man In Uniform)’ 직군 전체가 비슷한 어려움에 처해 있다. 군 인력이 줄면서 의무경찰제가 폐지됐다. 이에 따라 육상 경찰도 지방 인력을 서울로 차출하는 횟수가 최근 2년 새 3배 이상 늘었다. 그러나 전체 인력은 제자리걸음이거나 감소세다. 서울에서만 2023년 순경 4626명이 결원 상태라고 한다. 5년 이하 신참 경찰들의 ‘엑소더스’도 늘어나는 추세다. 소방공무원 노조도 “인력 부족으로 2인 1조 투입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다”고 주장해 왔다. 실제로 2023년 전북 김제에서도 새내기 소방관이 홀로 화재 현장에 진입했다가 숨지는 사고가 있었다. 조사 결과 이 소방관이 근무한 안전센터 근무인력은 정원보다 3명이나 부족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저출산·고령화로 이런 인력난은 더욱 심화할 것이다. 2000년대 이후 출생아 수는 더욱 급감했고, 이제 그 세대가 본격적으로 노동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앞으로 공공안전 현장은 전에 없이 심각한 인력 가뭄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인력 편성과 근무 제도를 근본적으로 재설계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순찰·출동 거점을 통폐합하고, 해경이 인력 부족으로 도입한 야간 드론 순찰처럼 드론, 인공지능(AI) 등 신기술을 적극 활용해 작지만 효율적인 ‘스마트 조직’으로 탈바꿈해야 한다.

더불어 MIU 직군의 처우 개선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호주머니가 가벼우면 허리가 굽는다’는 말처럼, 합당한 보상과 처우 없이 긍지와 명예를 기대할 순 없다. 숭고한 희생은 그 사회와 시스템이 숭고하지 않음을 증명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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