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23일 윤석열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등 사건을 검찰로 보내고 기소를 요구했다. 윤 대통령을 체포한 지 8일, 구속한 지 나흘 만이다. 공수처는 우여곡절 끝에 윤 대통령의 신병을 확보했지만 제대로 조사 한번 못 한 채 수사에서 손을 턴 것이다.
공수처는 이첩 요청권까지 행사하며 검찰과 경찰로부터 윤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가져왔지만 그간 보여준 수사 역량은 기대 이하였다. 체포영장 집행이 여의치 않자 경찰에 넘기려다 번복하는가 하면 윤 대통령이 체포 이후 조사에 불응할 게 뻔히 예상됐는데도 대응 전략은 전혀 없었다. 강제구인을 세 차례 시도했지만 모두 무위에 그쳤고, 윤 대통령이 병원에 간 사실을 알면서도 무턱대고 구치소에서 기다리다 허탕을 치는 일까지 벌어졌다.
그러나 공수처 수사가 ‘빈손’으로 끝난 것은 ‘수사권·관할권 위반’이라는 구실을 대며 조사 거부로 일관한 윤 대통령 탓이 크다. 법원이 체포영장을 발부하고 이의신청이 기각됐는데도 윤 대통령 측은 끝까지 공수처의 수사권을 인정하지 않았다. 체포적부심이 기각된 뒤에도 윤 대통령 측은 ‘불법 체포영장’이라는 억지 주장을 계속했다. 그러다 구속영장까지 발부됐는데도 공수처 조사를 거부했다.
이제 사건이 검찰로 넘어갔지만 윤 대통령 측이 또 어떤 법 논리나 구실을 동원해 조사를 회피할지 모를 일이다. 벌써부터 윤 대통령 주변에선 검찰의 내란죄 수사권 운운하며 또다시 조사에 불응하고 향후 재판과 탄핵 심판에만 출석할 것이란 얘기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수사에 당당히 맞서겠다” “법적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다”고 국민 앞에 했던 말은 이제라도 지켜야 하지 않겠나. 더욱이 윤 대통령은 26년간 검사로 재직했고 검찰총장까지 지낸 인물이다. 자신이 피의자가 됐다고 해서 ‘친정’의 조사까지 피한다면 스스로에 대한 자기부정이 아닐 수 없다.윤 대통령의 지시로 계엄에 가담한 군경 간부들은 줄줄이 구속 기소됐고 국민 혼란은 50여 일째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계엄의 최종 책임자인 윤 대통령은 이리저리 수사를 회피하며 법적 책임 모면에 급급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최소한 검찰 조사에서라도 대통령다운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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