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조사 결과를 믿지 못한 경기도의 한 아파트 입주민이 직접 설계도를 들여다보고 주차장 천장의 철근 누락을 찾아내기도 했다. 이런 내용을 국토교통부 산하 국토안전관리원에 문의하자 담당 직원은 “단순 실수일 것”이라며 외면했다. 또 지자체의 아파트 준공 허가 담당 과장급 공무원은 “검단 아파트처럼 무너진 건 아니잖아요”라는 황당한 답변을 했다고 한다.
동아일보 히어로콘텐츠팀이 ‘순살 아파트 주차장’ 사고 후 정부가 조사한 288개 같은 구조 준공 아파트 가운데 설계도면을 확보한 곳의 시공 상태를 살펴본 결과다. 정부 조사팀이 사용한 것과 같은 장비로 점검했더니 21개 단지 주차장의 850여 개 기둥 중 9개 단지, 25개 기둥에 철근이 덜 들어가 있었다. 사각기둥 한쪽 면에 4, 5개 철근을 넣어야 하는데 한두 개씩 빼먹은 경우가 수두룩했다.
취재팀이 입수한 국토부 보고서에도 철근 누락, 콘크리트 강도 미달 등의 사례가 일부 기재돼 있었다. 하지만 정부는 “철근 누락 등 부실은 하나도 없다”고 발표했다. 검단 사고의 원인인 기둥과 천장·바닥을 엮은 철근에 하자가 없을 경우 부실시공이 아니라고 본 것이다. 짧아도 4개월은 걸릴 조사 기간을 정부가 2개월로 단축하면서 세로 방향 철근 누락 등을 조사 항목에서 뺀 것이 안전점검의 결정적 허점을 만들었다.전문가들은 부실하게 지어진 지하주차장 위로 물을 가득 채운 소방차 등이 지날 경우 붕괴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한다. 취재팀이 구조설계 전문업체의 도움을 받아 시뮬레이션한 결과 철근이 규정의 절반만 들어간 20층 건물은 리히터 규모 6.6∼6.7의 지진이 발생할 경우 단 7초 만에 무너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정부의 조급증과 공무원식 적당주의가 수박 겉 핥기 조사를 자초한 것이다. 몇 년 새 인건비, 시멘트값 급등으로 건설업체들이 비용 줄이기에 나서고 있어 부실시공이 더 늘었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아파트의 총체적 안전성을 끌어올리기보다 사고 파장을 줄이는 데 급급했던 정부의 부실 조사가 국민을 더 불안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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