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가 만난 사람]“화장실 리모델링 못하는 대학… 등록금 차이에 교환학생 교류도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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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학교육협의회 박상규 회장
사립대 절반 “올해 등록금 인상”… 인상 폭은 평균 4%대 전망
교육부 규제에 16년 연속 동결… 코로나19 거치며 대학 재정 악화
교수 급여 동결로 민간 인재 영입 불가… 학생 “초중고와 시설 차이” 불만
의대생, 현재 10% 안팎만 수업 참여… 복귀 위한 의료계-정부 협의 시급

박상규 한국대학교육협의회장은 21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16년 동안 등록금을 동결하면서 대학 시설이 초중고교보다 낙후되고 첨단 인재 육성을 위해 필요한 기자재를 구입하기도 어려워졌다”며 최근 대학들이 등록금 인상을 결정하는 배경을 설명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박상규 한국대학교육협의회장은 21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16년 동안 등록금을 동결하면서 대학 시설이 초중고교보다 낙후되고 첨단 인재 육성을 위해 필요한 기자재를 구입하기도 어려워졌다”며 최근 대학들이 등록금 인상을 결정하는 배경을 설명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가장 많이 접수되는 학부모 민원이 화장실에 대한 겁니다. 낡고 냄새까지 나 자녀가 못 가겠다고 한다는 거죠.” 21일 서울 동작구 중앙대 본관에서 만난 박상규 한국대학교육협의회장(64·중앙대 총장)은 “단과대 화장실을 리모델링하고 싶어도 수십억 원이 든다. 16년 동안 등록금을 동결한 상태라 대학 입장에선 쉽게 결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국내 주요 대학은 정부 방침에 따라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16년 동안 등록금을 동결해 왔다. 그러다 보니 비가 오면 건물에 물이 새고, 학생들이 중고교보다 못한 실습실에서 공부하는 상황이 됐다. 전국 4년제 대학 197곳의 모임인 한국대학교육협의회를 이끌고 있는 박 회장을 만나 최근 주요 대학이 등록금 인상에 나선 배경과 대학 재정의 현실에 대해 들었다. 인터뷰는 21일 대면으로 진행했고, 23일 전화해 추가로 얘기를 들었다.》

―등록금을 올리겠다는 대학이 어느 정도 있나.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가 등록금 인상 여부를 집계하진 않는다. 다만 총장들을 만나 보면 16년 동안 등록금을 못 올린 만큼 이번에는 올리겠다는 의지가 강한 것 같다. 국립대는 동결 방침을 밝혔지만, 국내 4년제 대학의 80%를 차지하는 사립대 중 절반 정도는 올리겠다는 의지가 있는 것 같다.”

―인상 폭은 어느 정도인가.

“고등교육법에 따르면 대학은 직전 3년 물가상승률 평균의 1.5배까지 등록금을 인상할 수 있다. 올해 상한선은 5.49%다. 등록금 올리기가 워낙 힘들고 대학 재정이 어려우니 처음에는 총장 상당수가 상한선까지 올리겠다고 했다. 다만 교내 논의 과정에서 인상 폭을 4%대로 낮춘 곳이 많은 것 같다.”

―교육부에선 ‘경기가 어렵다’며 등록금 동결을 요구한다.

“정부는 그동안 등록금을 인하·동결한 대학 학생에게만 국가장학금 Ⅱ유형을 지원하면서 각 대학이 등록금 인상을 자제하도록 했다. 그렇게 16년이 지나면서 교육 환경은 계속 열악해졌다. 교육부는 22일 대교협 총회에서도 등록금 동결을 요청하면서 ‘인센티브로 보상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그 자리에서 많은 대학이 교육부에 등록금 인상의 불가피성을 호소하는 등 예년과는 분위기가 달랐다.”

―탄핵 정국에 왜 등록금을 올리냐는 지적도 있다.

“대학들은 원래 지난해 ‘더 이상은 못 버틴다’며 등록금을 올리려 했다. 그런데 4·10총선이 코앞이다 보니 정부와 여당에서 난색을 표했다. 결국 지난해 등록금을 올린 대학은 26곳으로 전체의 13.5%뿐이었다. 올해는 이미 시기를 놓치고 뒤늦게 올리는 것으로 봐야 한다. 탄핵이나 정치적 이슈와는 상관없다.”

―대학 재정이 언제부터 그렇게 어려워졌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며 굉장히 어려워졌다. 비대면 수업을 위해 필요한 학습관리시스템(LMS) 구축 등에만 수십억 원이 들었다. 또 모든 강의실에 온라인 강의 시설을 갖춰야 했고, 유료 줌(Zoom) 프로그램도 이용했다. 미국 대학들은 온라인 수업 시스템 구축 등을 이유로 등록금을 올렸는데 국내 대학은 ‘재학생들이 수업을 제대로 못 들었다’는 여론 때문에 오히려 등록금을 일부 환불해줬다. 최근 물가도 많이 올랐다. 중앙대의 경우 10년 전 연간 50억∼60억 원이던 전기·수도·통신비가 지금은 120억∼130억 원이다.”

―그동안 어떻게 학교를 운영했나.

“교수 급여를 못 올리다 보니 우수 인재를 채용하기 어려워졌고, 지방대에선 상상 이하의 급여를 받는 교수도 생겼다. 중앙대의 경우 지난해 인공지능(AI) 대학원을 만들고 교수 20여 명을 뽑았는데 민간 인재 채용은 불가능했다. 과거에는 삼성전자에서 1억 원 받는 사람에게 7000만, 8000만 원을 주면 대학교수라는 프라이드(자부심) 때문에 오기도 했다. 지금은 민간 기업 대우가 좋아져 AI 인재는 2억, 3억 원을 받는데 대학은 과거와 똑같이 준다. 급여가 두세 배 차이가 나니 고민조차 안 한다. 또 상당수 대학이 규제를 안 받는 유학생 등록금을 올리며 유학생 유치에 집중했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유학생 관리가 제대로 안 되거나, 학습 능력이 부족한 유학생이 유입되는 경우가 늘었다는 것이다. 한국을 동경해 왔다가 실망하는 유학생도 적지 않다.”

―등록금 인상에 재학생과 학부모 반발은 없나.

“과거처럼 ‘절대 안 된다’는 의견은 많지 않다. 중앙대의 인문사회계열 등록금은 연간 640만 원가량이다. 특수목적고의 절반이고, 사립 국제고의 4분의 1이다. 그러니 등록금이 과도하다고 생각하는 학생·학부모는 많지 않은 것 같다. 등록금을 5% 올린다고 해도 한 학기에 16만 원 정도 더 내는 것이다. 학생 대표들도 학교 측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대학이 얼마나 돈이 없는지 느끼고 있다. 서울의 한 대학에선 학생들이 먼저 ‘등록금을 이 정도 올리자’고 한 곳도 있다고 하더라. 또 대학들은 이번에 올린 등록금 인상분 대부분을 학생을 위해 쓰기로 했다. 교육 환경을 개선하거나 중단되는 국가장학금 Ⅱ유형 지원을 대신해 장학금을 추가하는 식이다.”

―국내 등록금 수준을 해외 대학과 비교하면 어떤가.

“미국 대학과 비교하면 10배 이상 차이가 나기도 한다. 최근 미국 뉴욕대에 갔는데 연간 등록금이 7만 달러(약 1억 원)가량 된다고 하더라. 중앙대와 비교하면 10배 이상 차이 난다. 그러다 보니 교환학생 교류에도 소극적이다. 등록금을 7만 달러 받아서 5000달러(약 700만 원) 받는 대학에 보내면 학생들이 손해라는 것이다. 결국 우수한 대학에서 교환학생을 유치하려면 기숙사비 지원 등 추가 혜택을 줘야 한다. 안 그러면 싱가포르 등으로 보내지 한국으로 안 보낸다.”

―쌓아둔 적립금을 활용할 순 없나.

“그런 얘기를 많이 듣는데 적립금이라고 대학 마음대로 쓸 수 없다. 중앙대의 경우 1000억 원가량 남은 적립금 대부분이 장학금이다. 장학금은 기부자 뜻대로 지출해야 한다. 허락을 받아야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있어 ‘장학금 대신 교육 환경 개선에 써도 되겠느냐’고 몇 번 기부자를 설득해 봤는데 ‘안 된다’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일부는 그럴 거면 기부금을 회수하겠다고 했고, 실제로 회수하기도 했다. 시설 개선을 위해 쓸 수 있는 적립금은 적립된 감가상각비 정도인데 대학들 형편이 어렵다 보니 이미 거의 다 썼다.”

―등록금 5% 인상으로 대학 재정난이 해결되나.

“그렇지 않다. 정부 재정 지원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올해 말까지 3년 동안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부금) 일부를 고등교육에 지원하는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가 도입됐는데 연장 및 확대가 필요하다. 현재 재정 내 고등교육 투자액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66% 수준이다. 최소한 평균 수준으로 확대해야 한다. (교부금은 초중고 교육에 쓰지 않나) 현재 대학 교육 여건이 초중고보다 훨씬 열악하다. 초중고에서 체육관을 만드는 건 그리 어렵지 않다. 대학에서 비슷한 시설을 세우려면 어마어마한 노력이 필요하다. 학생들도 초중고 시설과 너무 차이가 난다는 말을 많이 한다.”

―이번 학기 의대생 수업 복귀는 가능한가.

“의료계에선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최근 ‘감원까지 포함해 2026학년도 의대 정원을 원점에서 유연하게 협의하겠다’고 밝힌 것을 긍정적으로 보는 것 같다. 대한의사협회(의협) 새 지도부도 구성된 만큼 내년도 정원 관련 협의가 잘 이뤄지고 교육의 질 관리 방안이 마련된다면 돌아올 가능성도 있을 것 같다.”

―서울대 등에서 의대생 일부가 복귀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현재 수업에 참여하는 의대생은 각 대학에서 10% 안팎이다. 대학 대부분이 2월 중순∼3월 초 개강인 만큼 정부와 협상이 빨리 이뤄져 정상화되었으면 한다. 학생들이 돌아올 경우 지난해 신입생과 올해 신입생이 함께 수업을 들어야 해 예과 1학년이 2배로 늘어나는데, 늘어난 인원을 효율적으로 수업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서울 소재 의대는 정원이 안 늘어 상대적으로 여건이 나은 셈이다. 인원이 크게 늘어나는 비수도권 의대는 돌아올 경우 어떻게 수업해야 할지 고민이 깊다고 들었다.”

―교수진 확보, 시설 확충에 문제는 없나.

“기초의학 교수 확보가 제일 문제다. 생리학, 해부학 등을 가르칠 의사 출신 교수가 없다. 지금 있는 의사 출신 교수 상당수도 은퇴한 의대 교수인 경우가 많다. 시설 확충도 국립대는 정부가 지원하겠다고 했는데 사립대에 대해선 대출로 지원하겠다는 정도라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의대 증원으로 이공계 인재 의대 쏠림이 심해졌다는 우려도 나온다.

“중앙대에서도 지난해 공대 재학생의 반수가 늘었고, 증가하던 이공계 대학원 진학률도 떨어졌다. 증원된 의대 입시에 재도전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연구개발(R&D) 예산을 삭감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월 200만 원을 받다가 130만 원을 받게 된 대학원생이 70만 원을 채우기 위해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다 보면 ‘전공을 잘못 택했구나’ 생각할 수밖에 없다. 의대 증원과 이공계 인재 육성은 함께 추진하기 어렵다. 이공계 지원 체계를 확고하게 마련한 후 의대 증원을 해야 하는데 순서가 거꾸로였다. 지금이라도 파격적인 이공계 지원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박상규 회장(64)
△1983년 중앙대 응용통계학과 학사
△1985년 중앙대 대학원 통계학 석사
△1990년 미국 뉴욕주립대 통계학 박사
△2015∼2019년 중앙대 행정부총장
△2020년∼현재 중앙대 총장
△2021∼2024년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수석부회장
△2024∼2025년 한국대학교육협의회장

장원재 논설위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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