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어제 ‘국익 중심 실용외교’를 앞세운 외교·안보 공약을 발표했다. ‘굳건한 한·미 동맹을 토대로 한·미·일 협력을 견고히 해나가겠다’는 게 핵심이다. 한국 외교의 가장 예민한 대목 중 하나인 대일 외교에 대해서는 ‘일관되고 견고한 한·일 관계의 토대를 다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발언대로라면 흠잡을 데 없는 방향이고 인식이다. 하지만 그간의 언행으로 볼 때 고개를 갸웃거리는 유권자도 있는 게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대일 외교 기조와 관련해 이 후보는 ‘과거사·영토 문제는 원칙적으로, 사회·문화·경제 영역은 미래지향적으로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지난 대선 때도 그랬다. ‘영토·주권 문제와 경제·사회 교류를 분리하는 투트랙 전략’을 공약했다. 하지만 이후 야당 지도자로서의 언행은 달랐다. 한·미·일 해상훈련을 “극단적 친일”이라고 비난하고 ‘자위대 군홧발’ 같은 자극적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지난겨울에는 민주당 주도로 “가치 외교라는 미명 아래 기이한 일본 중심 외교를 고집했다”는 내용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1차)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일본과 외교적 협력관계 강화를 탄핵 사유로 적시한 것이다.
다행히 이 후보는 어제 외교·안보 공약을 발표한 뒤 대학생 간담회에서 “한·일 관계는 자유민주진영의 일원으로 소통하고 협력해야 한다”며 달라진 태도를 보였다. 중요한 것은 선거가 끝나고 난 뒤의 진정성과 구체성이다. 이 후보는 경제 산업 안보 등에서 일본과 어떤 방향으로 협력할 것인지에 대해선 구체적 내용을 말하지 않았다.
일본이 한반도 안보에 결정적 영향력이 있는 나라는 아니지만 동아시아에서 한국과 더불어 미국과 개별적 군사동맹을 맺고 있다는 점에서 한·일 양국의 유기적 협력관계는 대단히 중요하다. 북·중·러 전체주의 진영에 맞서는 한·미·일 자유진영의 연결 고리이기도 하다. 이 후보가 일본을 “중요한 협력 파트너”로 규정한 만큼 ‘전임 정부의 대일 합의 존중’ ‘셔틀 외교 지속 선언’ 등 적극적 이니셔티브를 고려할 만하다. 대선 경쟁자인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를 ‘친일 매국’으로 공격하는 당 일각의 시도에도 제동을 걸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