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어제 페이스북에 “해양 수도 부산에 동남투자은행(가칭) 설립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동남투자은행을 해양금융으로 북극항로를 뒷받침하고, 산업금융으로 동남권 제조업 벨트의 산업 대전환을 주도하는 국책은행으로 자리매김시키겠다고 강조했다. “3조원 규모의 초기 자본금은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산업은행, 기업은행, 수출입은행이 공동 출자해 마련할 계획”이라며 구체적인 재원 마련 방안까지 언급했다.
부산에 해양산업 지원 등을 위한 정책금융이 필요하다는 이 후보의 진단에 원칙적으로 동의한다. 금융 인프라가 서울 및 수도권에 집중돼 지역 기업들이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게 사실이다. 특히 부울경(부산·울산·경남)은 과거 중화학공업 중심에서 해양·부품소재·재생 쪽으로 산업 재편을 도모하고 있어 이를 뒷받침하는 금융 지원이 절실하다. 하지만 지역 산업을 육성하는 것과 정책금융기관을 추가 설립하는 것은 다른 사안이라는 점에서 신중히 접근할 문제다.
당장 제기되는 게 산업은행 및 한국해양진흥공사와의 업무 중복 문제다. 산은은 이미 해양산업금융본부를 부산에 이전하고 동남권투자금융센터도 운영하고 있다. 12억달러 규모의 해양인프라투자펀드와 14억달러 규모의 선박금융펀드도 운용 중이다. 부산에 본사를 둔 해양진흥공사 역시 해운 기업에 각종 정보를 제공하고 선박과 항만 물류 인프라에 대한 금융 지원을 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대구·경북권, 광주·전남권 등 다른 지역에서도 정책금융기관을 만들어 달라고 하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것이다. 이 후보가 동남투자은행이 국가 균형발전 전략에 꼭 필요한 기관이라고 한 것이 이런 요구를 부추길 공산이 크다. 정치적으로 성급히 결정한 정책의 부작용은 좌초 위기의 부산 가덕도신공항에서도 분명히 확인된다. 각계 의견을 충분히 듣는 공론화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