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각급 법원의 판사 126명으로 구성된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오늘 열릴 예정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대법원 판결에 대한 파장이 커지자, 일부 판사가 법관대표회의를 소집하자고 요구한 데 따른 것이다. 회의에선 대법원 선고의 신뢰성 문제와 정치권의 재판 독립 침해 우려가 모두 안건으로 다뤄진다.
회의 운영진은 “개별 재판의 옳고 그름에 관한 의견 표명은 부적절하다”고 했지만 막상 회의가 열리면 대법원의 이 후보 사건 선고와 이에 반발한 민주당의 움직임을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안건 자체에 대법원이 이 후보 상고심을 이례적으로 서둘러 ‘사법부의 선거 개입’ 논란을 일으켰다는 비판과 민주당이 조희대 대법원장 특검과 대법관 증원 등을 추진하는 건 ‘사법부 독립 침해’라는 문제의식이 고스란히 반영돼 있기 때문이다. 특정 재판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법관대표회의가 개최되는 건 전례를 찾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런데도 회의를 열겠다는 것은 그만큼 이번 사안을 엄중하게 보는 판사들이 적지 않다는 뜻이다. 하지만 회의가 열리는 26일은 대선까지는 8일, 사전투표까지는 불과 3일밖에 남지 않은 민감한 시점이다. 법관들이 특정 후보 관련 선고를 두고 논쟁하거나 대립할 경우 정치적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회의 개최에 대한 비공식 찬반 투표 때 법관대표의 절반이 넘는 약 70명이 반대한 것은 모두 판사들 사이에서 첨예하게 의견이 갈리고 있다는 방증일 수 있다. 애초 법원의 정치적 중립 훼손 문제를 다루자는 제안으로 시작했다가 민주당의 사법부 독립 침해도 함께 논의해야 한다는 의견이 안건에 추가된 것 역시 이를 뒷받침한다.
법원 내부망에 회의를 대선 이후로 미루자는 글이 올라온 건 이런 우려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대선을 코앞에 두고 판사들이 진영 논리로 갈라져 다투기라도 한다면 사법부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의도와 달리 사법부가 선거 정쟁의 한복판에 뛰어드는 뜻하지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불필요한 정치적 구설에 오를 위험을 감수하기보다는 시기 조정을 신중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 좋아요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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