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와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단일화를 둘러싼 당내 분란이 갈수록 가관이다. 6일 당 지도부가 “11일까지 한 전 총리와 반드시 단일화를 완료해야 한다”며 새 대선 후보를 결정할 수 있는 전당대회를 소집하자 김 후보는 “정당한 대선 후보인 나를 강제로 끌어내리려는 시도”라며 후보 일정 중단을 선언했다. 데드라인을 정해 후보 단일화를 압박하는 당 지도부와 후보 교체를 의심하는 대선 후보가 정면충돌하는 전례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날 양측은 종일 신경전을 펼쳤다. 당 지도부가 전국위와 전당대회를 열겠다고 하자 김 후보는 당헌당규 개정 등 후보 교체 시도가 아니냐며 반발했다. 당 지도부는 후보 교체를 상정한 게 아니라면서도 전 당원 대상 단일화 찬반 조사를 하겠다며 신속한 단일화 수용을 재차 압박했고, 일각에선 “단일화 마음이 없으면 후보 자격을 내려놓으라”는 공개 주장까지 터져 나왔다. 이에 김 후보는 “이럴 거면 경선을 왜 세 차례나 했냐”며 돌연 지방 일정을 중단하고 서울로 올라가 버렸다. 김 후보를 만나러 대구로 내려가던 당 비상대책위원장과 원내대표는 중간에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
이는 사실상 예고된 충돌이나 다름없다. 친윤 주류는 사실상 한 전 총리로의 단일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움직여 왔다. 한 전 총리가 국민의힘 후보로 등록하고 당의 조직과 자금도 지원받으려면 11일까지 단일화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김 후보 측은 한 전 총리를 최종 후보로 세우기 위한 모종의 음모가 작동하고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당 지도부가 여론조사를 통한 ‘노무현-정몽준’ 모델을 주장하지만 김 후보 측이 담판을 통한 ‘DJP’ 방식을 흘리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단일화’를 한다는 건지 ‘후보 교체’를 한다는 건지 헷갈릴 지경이다. 경선 절차를 거쳐 최종 후보를 뽑아놓고는 곧장 흔들기에 나선 당 지도부나, 경선 때는 단일화에 적극 나설 것처럼 얘기하다 후보가 된 뒤 미온적으로 돌아선 김 후보나 도긴개긴이다. 이러니 ‘탄핵의 강’도 못 넘은 국민의힘이 대선 승리 자체보다 차기 당권을 노리고 권력 투쟁을 벌이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마저 들게 된다. 후보 등록은 이제 닷새밖에 남지 않았는데, 대체 뭘 어쩌자는 건가.- 좋아요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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