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속한 고령화로 의료비 지출이 급증하는 가운데 건강보험 적용이 안 되는 진료비와 약값 등 개인이 직접 부담하는 의료비가 2008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처음으로 100만 원을 넘어섰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22년 건보 적용이 안 돼 개인이 부담한 의료비는 1인당 103만5411원으로 전년 대비 8%, 3년간 33.2%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고령화로 만성질환자가 늘고 실손보험을 이용한 과잉 진료가 늘어난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한국의 의료비 증가 속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의 3배에 이를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다. 2022년 1인당 의료비 지출은 건보 적용이 되는 부분까지 합치면 총 489만2000원으로 1년 새 31% 증가했다. 지난해는 총 의료비 지출이 203조9000억 원으로 집계돼 처음으로 200조 원을 넘어섰다. 이 추세대로라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의료비 지출은 2024년 9.7%에서 2060년엔 20%로 증가해 미래 세대는 자기를 제외하고도 2.5명의 의료비를 부담해야 한다는 연구 결과까지 나왔다.
하지만 대선 후보들은 의료비를 늘리는 선심성 공약은 해도 의료비 통제 대책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모두 요양병원 간병비 급여화를 공약했는데 1∼3단계 중증 환자에게만 적용해도 연간 최소 15조 원의 재원이 필요하다. 그러나 23일 TV토론에서도 마땅한 재원 대책은 제시되지 않았다. 이 후보는 “건강보험 재정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하자”고 했고 김 후보는 “건보에서 낭비되는 부분을 줄여 나가야 한다”고 했을 뿐이다.
건보 재정은 무분별한 보장성 강화 정책과 의정갈등에 따른 의료대란 뒷수습으로 5년 후에는 기금이 바닥을 드러낼 전망이다. 올해 건보료까지 사상 처음으로 2년 연속 동결되면서 향후 보험료 인상 부담은 더욱 커지게 됐다. 불필요한 진료를 걸러내고 간병비 지원 기준을 강화해 건보 재정이 효율적으로 집행되도록 해야 한다. 지지부진한 연금개혁으로 연금 보험료 부담을 우려하는 미래 세대에게 건보 부담까지 추가로 지게 해서야 되겠나.- 좋아요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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