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US스틸 인수하는 일본제철…日 외교력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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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05.25 17:38 수정2025.05.25 17:38 지면A35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를 사실상 승인했다. 트럼프는 지난주 SNS에 “이것은 US스틸과 일본제철의 계획적인 제휴(파트너십)이며, 적어도 7만 명의 고용 창출과 미국 경제에 140억달러(약 19조1500억원)의 공헌을 가져온다”고 썼다. 미국 정부가 정식으로 인수를 승인하면 일본제철은 인수합병(M&A)을 발표한 2023년 12월 이후 1년 반 만에 US스틸을 자회사로 품는다. 미국 내 생산 거점을 마련하고 글로벌 시장 지배력을 높이려는 일본제철의 집요함이 통했다고 할 수 있다. 인수를 불허한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은 물론 트럼프 역시 후보 시절부터 반대해 왔다는 점에서 일본 외교력의 성과라고도 볼 수 있다.

일본제철은 인수 금액 141억달러에 더해 140억달러의 추가 투자를 약속한 까닭에 당초 비용의 두 배인 40조원 가까이 투입해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지나치게 ‘값비싼 딜’이지만 투자가 미래를 위한 것이고, 미국 시장의 성장성이 높다는 점에 비춰보면 결코 밑지는 거래가 아니다. 미국은 자동차용 강판 등 세계 최대 고급강(鋼) 시장이다. 선진국으로서는 이례적으로 2080년까지 인구 증가가 예고돼 건축용 등 범용 강재 시장 확대도 예상된다. 미국은 철강사가 고급강과 인구 증가라는 두 가지 장점을 모두 누릴 수 있는 세계 유일한 시장이다. 더구나 경쟁사들이 품목별 관세 25%에 발이 묶여 있는 동안 US스틸에 고효율 최신 설비를 증설해 미국 시장을 장악할 수 있다.

물론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에 변수가 없는 것은 아니다. 트럼프가 언급한 ‘계획적인 파트너십’이 어떤 의미인지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일본제철은 US스틸을 100% 자회사로 만들겠다는 방침이지만, 트럼프는 그동안 지분 과반 인수는 안 된다며 투자만 하라고 종용해 왔다. 이런 불확실성이 걷히고 US스틸을 품으면 일본제철은 세계 3위 철강업체로 도약한다. 미국에 공동으로 제철소를 짓기로 한 현대제철과 포스코도 강력한 경쟁자의 등장에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미·일 관세 협상의 조기 타결에 촉매제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우리가 대선에 매몰한 사이에 세계 경제는 지각변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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