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스타in 허윤수 기자] 최근 대한민국 여름을 더 뜨겁게 달구는 건 해외 유명 축구팀의 내한이다. 과거 드문드문 열리던 이벤트가 어느새 연례행사로 자리 잡았다. 방한팀 면면도 화려해 평소 축구에 큰 관심이 없던 이들까지 경기장으로 불러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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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5 쿠팡플레이 시리즈 팀 K리그와 뉴캐슬 유나이티드의 경기. 팀 K리그 선수들이 경기에서 승리한 뒤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선두 주자는 단연 쿠팡플레이다. 쿠팡플레이는 2022년 ‘쿠팡플레이 시리즈’를 런칭해 해외 빅클럽의 한국 방문을 이끌었다. 시리즈 개최 첫해 한국을 넘어 아시아 최고 스타인 손흥민의 토트넘 홋스퍼(잉글랜드)와 스페인 라리가 강호 세비야를 초청했다.
특히 2022년 7월 13일 열린 팀 K리그와 토트넘의 경기는 6만 4100명의 팬을 불러들이며 서울월드컵경기장을 가득 채웠다. 팬들의 뜨거운 관심은 향후 시리즈의 지속가능성을 확인했다.
2023년에는 맨체스터 시티(잉글랜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스페인), 이강인의 파리 생제르맹(PSG)을 초청했고, 지난해에는 한국 축구 양대 산맥인 손흥민의 토트넘과 김민재가 가세한 바이에른 뮌헨(독일)에 초대장을 보냈다. 경기 외에도 ‘신도림 조기 축구회’를 비롯한 다양한 콘텐츠로 팬들에게 색다른 매력을 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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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쿠팡플레이 시리즈에 나선 손흥민(토트넘).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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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오후 경기도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스페인 프로축구 FC바르셀로나의 레반도프스키와 라민 야말이 대화를 나누며 훈련장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올해는 구성이 더 다양해졌다. 쿠팡플레이가 토트넘과 뉴캐슬 유나이티드(잉글랜드)를 초대했고 프로모터 디 드라이브가 라리가 명문 FC 바르셀로나(스페인)의 방한을 이끌며 해외 빅클럽 내한에도 경쟁이 붙는 구도가 형성됐다. 팬들에겐 더 많은 볼거리와 선택지가 생겼다.
축구계 관계자는 해외 빅클럽의 방문이 꾸준하게 이어지는 배경에 대해 “쿠팡플레이의 투자를 시작으로 한국 투어가 안정적이고 체계적이라는 인상이 생겼다”며 “열정적인 국내 팬덤과 브랜드 확정, 팬 소통 측면에서도 한국은 아시아에서 중요한 거점으로 평가된다”고 설명했다.
‘아시아 넘버원’ 손흥민의 영향력도 돋보인다. 최근 영국 현지 매체는 손흥민의 이적설을 보도하며 “토트넘은 손흥민을 앞세운 아시아·태평양 지역 프리 시즌으로 최대 1000만 파운드(약 186억 원)의 수익을 낸다”고 밝히기도 했다.
관계자 역시 “손흥민을 통해 확인된 아시아 시장의 구매력, 스폰서 유치 등의 요인도 유럽 명문 구단이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를 찾는 요인 중 하나”라고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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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쿠팡플레이 시리즈에 나선 손흥민(토트넘). 사진=연합뉴스 |
이처럼 매년 해외 유명 빅클럽이 한국의 여름을 더 뜨겁게 달구고 있지만, 경기 환경과 상호 존중 문화는 더 필요한 상황이다. 지난달 30일 팀 K리그와 뉴캐슬의 경기가 열린 수원월드컵경기장은 좋지 못한 잔디 문제가 지적됐다. 에디 하우 뉴캐슬 감독은 “좋은 경기력을 보이고 싶었으나 어려운 환경”이었다고 털어놨다. 팀 K리그 소속 선수들도 잔디 상태를 언급하며 경기력과 부상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적지 않은 돈을 내고 경기장을 찾은 팬 역시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다.
시즌 중 친선 경기에 출전해야 하는 K리그에 대한 배려도 필요하다. 조현우(울산HD)는 이번 시리즈를 앞두고 “주어진 시간에 최선을 다하긴 하지만 부상, 일정 등을 고려하면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실제 전년도 K리그1 우승 자격으로 팀 K리그 지휘봉을 잡은 김판곤 울산 감독은 올 시즌 부진으로 인해 이날 자신을 향한 야유를 들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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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FC바르셀로나의 아시아투어 FC서울전 공식 기자회견에서 한지 플리크 감독이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해외 구단도 방한에 더 진지함을 갖출 필요가 있다. 뉴캐슬은 지난달 29일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예정된 시간보다 12분가량 지각했다. 바르셀로나는 30일 열린 기자회견 시간을 전날 저녁 한 시간 앞으로 당기더니 스케줄을 이유로 30분도 진행하지 않았다. 기자회견에 함께 하기로 한 선수의 불참 소식은 현장에서 통보했다.
가브리엘 마르티네스 바르셀로나 커뮤니케이션 디렉터는 “경기를 앞두고 있어 선수 참석은 어려웠다”고 설명했으나 앞서 방한한 모든 팀이 감독, 선수가 동행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던 걸 떠올리면 설득력은 떨어진다. 주최사 역시 구단에 휘둘린다는 비판을 피하긴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