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비만에 취약한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났다고 해서 체중이 이미 정해졌다는 의미는 아니다. 연구진은 유전적 성향은 비만 위험을 높이는 요인 중 하나일 뿐이며, 식습관과 운동 같은 생활 환경에 따라 실제 체중은 달라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영국 브리스톨대학교와 호주 퀸즐랜드대학교 등이 참여한 국제 연구진은 ‘노르웨이 어머니·아버지·자녀 코호트 연구(Norwegian Mother, Father and Child Cohort Study)’ 자료를 활용해 부모와 자녀의 체중 관계를 분석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플로스 메디신(PLOS Medicine)’에 게재됐다.분석 대상은 1999~2009년 태어난 어린이 약 8만6000명이었다. 연구진은 아이의 출생 체중, 생후 6개월부터 8세까지 체질량지수(BMI), 8세 때 식욕과 관련된 행동 등을 조사했다.
그동안 부모의 체중이 많이 나가면 자녀도 비만 위험이 높다는 사실은 여러 연구에서 확인됐다. 하지만 그 이유는 명확하지 않았다.
크게 세 가지 요인이 영향을 끼칠 수 있다.첫째, 부모와 아이는 같은 집에서 비슷한 음식을 먹고 비슷한 생활습관을 공유한다.둘째, 부모의 비만이 임신 전 또는 태아가 자궁 안에서 성장하는 과정에 영향을 줘 이후 아이의 비만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발달 과잉영양 가설’이다.
셋째, 자녀가 비만과 관련된 유전적 특성을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영향이다.
연구진은 어떤 요인이 더 큰 영향을 끼치는지 확인하기 위해 여러 세대에 걸친 쌍둥이, 형제자매, 친척 관계까지 반영하는 통계 모델을 활용해 유전적 영향과 그 외 영향을 분리해 분석했다.
결과는 시기에 따라 달랐다.아이가 태어날 때 체중은 어머니의 BMI와 더 강하게 관련됐다. 어머니 BMI는 아버지 BMI보다 신생아 출생 체중에 더 큰 영향을 미쳤다. 이는 임신 중 자궁 내 환경을 통해 어머니의 체중 상태가 태아 성장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기존 연구 결과와 일치한다.
하지만 아이가 성장하면서 양상이 달라졌다.
생후 2세부터 8세까지 아이의 BMI는 어머니뿐 아니라 아버지 BMI와도 비슷한 정도로 관련됐다. 이는 임신 중 어머니만의 영향보다는 부모에게서 공통으로 물려받은 유전적 특성이 더 큰 역할을 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구체적으로 8세 아이의 BMI와 어머니 BMI 사이 연관성의 약 79%, 8세 아이의 BMI와 아버지 BMI 사이 연관성의 약 94%가 유전적 영향과 관련된 것으로 분석됐다.즉 부모와 자녀의 체중이 비슷하게 나타나는 현상의 상당 부분은 비만에 취약한 유전적 특성을 함께 물려받았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연구를 이끈 브리스톨대 톰 본드 연구원은 “비만은 가족 안에서 함께 나타나지만 그 이유를 밝혀내는 것은 어렵다”며 “이번 결과는 부모와 8세까지 아이의 BMI 사이 연관성이 대부분 물려받은 유전자 때문이라는 점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번 결과를 보고 “체중은 유전으로 이미 결정돼 어쩔 수가 없다”고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중요한 것은 유전적 영향이 크다는 결과가 꼭 체중이 이미 정해져 있다는 뜻은 아니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높은 BMI와 관련된 유전적 성향을 물려받더라도 실제 체중은 환경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같은 유전적 위험을 가진 사람이라도 건강한 식습관, 규칙적인 신체활동 같은 적절한 생활환경에 따라 유전적 취약성이 실제 비만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의 핵심 메시지는 소아 비만 예방에 있어 부모의 체중 관리가 필요 없다는 것이 아니다. 연구진은 특히 임신 전후 어머니의 건강한 체중 관리는 임신 합병증 위험을 줄이고 건강한 출산 결과를 위해 여전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임신 전 부모가 BMI를 성공적으로 낮추더라도 아이가 태어난 뒤 성장하는 환경을 변화시키지 않으면 자녀의 소아 비만 위험을 크게 줄이는 데 충분하지 않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연구진은 건강한 식습관을 만들 수 있는 가정 환경, 스트레스가 적은 생활 환경, 충분한 신체활동을 지원하는 전략이 소아 비만 예방을 위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관련 논문 주소: https://doi.org/10.1371/journal.pmed.10050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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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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