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자본시장 불공정거래의 뿌리를 뽑기 위한 퍼즐이 사실상 마무리됐다. 꾼들이 판치는 국내 주식시장의 정화를 위한 소방수들이 보다 막강해진 권한을 갖고 진용을 재정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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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이윤수 금융위 상임위원 인터뷰 |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 이윤수 상임위원은 최근 이데일리와 정부서울청사에서 인터뷰를 갖고 지난 9일 발표한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근절 대책 발표와 관련해 “합동대응단 출범을 계기로 무관용 원칙의 엄정한 처벌과 신속한 적발로 시장 질서를 바로잡겠다”고 강조했다.
이 상임위원은 금융위원회 금융시장분석과장, 보험·중소금융·은행 담당, 자본시장조사단장, 자본시장국장, 금융정보분석원장(FIU) 등 주요 보직을 두루 거쳐 지난해 3월부터 증선위 상임위원을 맡고 있다. 금융위 내에서 자본시장 정책 설계와 조사, 심판 기능까지 모두 거친 유일한 인물이다.
그는 “과거 자본시장국장 시절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행정제재 도입을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인사 발령을 미루기까지 했다”며 “부당이득 산정 방식이 법제화된 것은 큰 의미가 있고 이제 본격적으로 사례를 만들 단계”라고 밝혔다. 국장 시절부터 추진했던 정책이 이번 근절 대책 마련으로 비로소 제도적으로 완결된 셈이다.
특히 이번 근절 대책의 이례적인 조처도 그의 손에서 나왔다. 주가조작 근절 합동대응단의 지휘체계가 상급기관인 금융위원회가 아닌 금융감독원이 정점으로 설계됐다. 조직 내부에서도 이에 대한 우려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이 위원은 “일이 되게 하는 게 중요하지 지휘체계가 중요한가”라며 “조사 업무는 금감원이 더 잘한다”고 추켜세웠다. 금감원 부원장이 단장을 맡고 금융위 인력이 그 밑에 들어가는 첫 사례로 평가된다.
금융위, 금감원, 한국거래소 등 3개 기관이 협력하는 ‘주가조작 근절 합동대응단’이 이달 말 공식 출범한다. 합동대응단은 각 기관에 분산돼 있던 심리(거래소), 조사(금융위·원) 기능을 한국거래소 내 한 공간에 통합해, 중대 불공정거래 행위에 신속히 대응한다. 금감원의 부원장(보)이 단장을 맡고 조사3국이 합류한다. 거래소에서는 신속심리부 부장급 이하 12명이, 금융위에서는 조사과 과장급 이하 4명이 파견된다. 총 34명으로 향후 50명 이상으로 늘린다.
각 기관의 조사 전문인력들을 파견하는 만큼 각 기관의 역량 저하 우려와 합동단의 지휘체계 중첩 우려도 있다. 이에 대해서는 “조사 3국과는 평소에도 협업을 많이 해왔고 조사 업무의 특성상 건별로 나뉘어 조사가 이뤄져 지휘 문제는 크지 않을 것”이라며 “기존 조직의 인력은 파견만큼 충원해 본체의 역량 저하를 막는다는 방침이 확고하다”고 말했다.
막강한 행정제재 권한이 생긴데다 심리·조사 대응 체계까지 손보면서 신발끈을 고쳐멨다. 그는 “주가조작꾼들을 시장에서 뿌리 뽑아 퇴출시키게 가장 선결과제”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행정 소송 등 잡음 우려도 크다. 이에 “조사의 완결성이 중요해졌다”며 “검찰 조사 이전에도 행정청 단계에서 제재가 가해질 수 있게 된 만큼 행정청 조사에서 빈틈이 없어야 한다. 이를 위해 통신기록 조회 권한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위원은 “주가조작꾼을 시장에서 퇴출시키고, 선량한 투자자 권익을 보호하는 것이 우리의 책임이다. 형벌뿐 아니라 경제적·사회적 제재로 시장 신뢰를 회복하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 상임위원과 일문일답
-합동대응단 출범의 의미와 기대효과는
△기존 대응체계는 병목 현상이 심하다. 시장 감시에서 심리 단계로 넘어갈 때 대기 기간이 몇 달씩 걸리고, 사건이 분류되어도 금감원 조사국에 사건이 수백 건씩 밀려 있어 처리가 지연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인력은 한정되어 있고 누군가가 적극적으로 요청하지 않으면 사건 처리가 신속하게 이뤄지지 않는 구조다. 또 주가조작 세력들은 반복적으로 시장에 등장한다. 이들을 시장에서 퇴출시키는 것이 자본시장 정화를 위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기관마다 주가조작 전력자 리스트(블랙리스트)를 따로 관리해왔지만, 개인정보 문제 등으로 서로 공유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합동대응단이 만들어지면서 이런 정보가 한 공간에서 논의되고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완전한 퇴출 아닌란 지적도 있다
△주가조작 전력자에 대해 5년간 시장에서 퇴출시키는 조치가 도입됐는데, 정부 추진안이었던 10년에서 5년으로 줄었지만 5년만으로도 금융권 등에서 낙인이 찍혀 경제활동이 사실상 어렵기 때문에 실효성이 있다고 본다. 또 이번 대책에서는 혐의자 명단의 공표 범위도 확대됐다. 과거에는 행정적으로 최종 조치되면 2개월 뒤에 의사록에나 공개했다. 앞으로는 증선위에서 최종 조치한 사항은 검찰 고발 통보 건 이외에는 즉시 공표된다. 검찰 고발 통보하기로 의결한 건에 대해서도 공표하는 것을 검토하겠다. 억울한 사례가 일부 나올 수도 있지만, 시장 투명성 강화와 재범 방지에 상당히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행정제재가 도입되면 행정소송도 늘어날텐데
△당연히 늘어날 것이다. 후배들에게는 미안하다. 그래서 조사 단계에서의 완결성이 더욱 중요해졌다. 70~80%만 조사해 수사기관에 넘기는 방식이 아니라, 행정 제재 단계에서부터 사실상 100%에 가까운 완결성을 갖추는 것이 필요해졌다. 권한도 더 강화되어야 한다. 특히 실무적으로 가장 시급한 제도 개선 과제로 ‘통신 기록 조회 권한’이 필요하다. 통신 기록은 1년만 보관되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증거 확보가 어려워진다. 미공개 정보 이용 사건 등에서는 전자적 경로를 파악하지 못해 핵심 연결고리를 놓치는 경우가 많은데, 통신 기록 조회 권한이 있으면 통화나 문자 기록을 통해 퍼즐을 완성할 수 있다. 이런 권한이 도입되면 조사 완결성이 높아지고, 행정 소송이 제기되더라도 승소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넣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디지털 포렌식, IT 전문가 채용 등도 강화할 계획이다.
-원스트라이크 아웃, 1호 사례는
△합동대응단의 사건으로 해야되지 않겠나. 기존에 금감원에서 조사 중이던 사건도 합동대응단으로 이관해 처리할 수 있다. 특히 과징금은 작년 1월 이후 조사 중이던 사건에도 소급 적용이 가능하다. 원칙대로라면 삼부토건처럼 작년에 조사가 진행된 사건도 과징금 부과 대상이 될 수 있다. 다만 과징금 제도 도입 초기에는 검찰과 협의를 하거나 검찰에 고발·통보 후 1년 이상 별다른 조치가 없을 때만 제한적으로 과징금이 부과토록 했다. 우선은 검찰 통보하지 않은 작은 사건 위주로 하려고 한다. 추후 검찰과의 협의를 통해 굵직한 사건도 먼저 할 수 있도록 해나갈 생각이다. 또 그 외 행정제재 중 일부는 올해 4월 이후 발생한 사건에만 적용되기 때문에 기존 사건이 1호가 되려면 조금 복잡한 문제가 있다. 과거에는 검찰이 수사상 비밀 유지를 이유로 행정부의 적극적 개입을 꺼렸으나, 최근에는 대통령의 의지에 따라 보다 전향적으로 과징금 부과가 추진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 외에도 중점 추진 중인 것은
△앞으로는 적발시 계좌가 즉시 동결되고, 재산이 몰수될 수 있다. 지급정지 제도 도입이 중요하다. 현재 지급 정지 제도에 대해 자본시장연구원과 서울대에서 구체적인 적용 기준과 절차를 연구용역하고 있다. 어떤 경우에, 어떤 방식으로 적용할지에 대한 명확한 이유와 기준을 마련 중이다. 조사 초기 단계에서 혐의자의 계좌를 즉시 동결(지급 정지)하는 것이 핵심이다. 과징금이나 벌금, 환수 조치가 필요할 때 자금이 이미 빠져나가거나 은닉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또 금융투자상품 거래·상장사 임원 취임도 제한되며 이름 공표 등으로 평판 리스크까지 더해진다. 단순한 금전적 제재를 넘어 사회적 신뢰와 경제활동 전반에 큰 타격을 줄 수 있어, 사실상 ‘패가망신’에 가까운 강력한 억제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판 SEC 도입, 금감원 강제조사권에 대한 견해는
△여러 조직을 증선위 산하로 통합할 필요성은 인정한다. 해외도 증권 감독은 별도 기구가 많다. 그러나 이번 대책의 경과를 1년 정도 살펴볼 필요가 있는 만큼 한국판 증권거래위원회(SEC) 설립 논의까지 진행되기에 이른감은 있다. 직급·보수 등 현실적 문제도 있다. 특수직 공무원 전환 등으로 보수는 충분히 해결 가능하다고 보지만 문제는 직급 체계일 것이다. 금감원에 강제 조사권을 부여하는 문제는 금감원이 민간인 신분이기 때문에 국민의 신체를 구속할 권한을 주는 것은 행정법적으로 맞지 않다는 시각이 있어 과거 박근혜 정부 때도 금융위 자본시장조사단을 만들어 조사 공무원에게만 강제 조사권을 부여했다. 최근에는 금감원과 금융위가 공동조사를 통해 강제 조사권을 활용한 사례가 8건 정도 있었고, 합동대응단 출범으로 이런 협력과 권한 문제가 일부 해소되길 기대한다.
-기존 조직 인력 확충은
△인력 채용과 예산 반영에 대한 논의는 최근 대응단 신설과 함께 현실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기존에는 공공기관에서 예산과 조직, 인력 증원이 매우 어려웠지만, 이번에는 대통령 지시 등으로 부처간 인식이 마련되면서 어느 정도 인력 충원이 가능해진 상황이다. 구체적으로 합동대응단에 파견된 인원만큼 본부 인력도 반드시 보충한다는 원칙이 세워졌다. 예를 들어 본부에서 4명이 파견되면 그만큼의 인원을 추가로 지원해 기존 조직의 업무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한다는 것이다. 기존 조직의 역량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인력 운용이 이뤄진다. 금융감독원과 거래소의 경우, 인력 증원은 금융위가 결정 및 지원하게 되어 있어 이들 기관의 인력 보강도 무리 없이 진행될 전망이다.
◇이윤수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 프로필
△1969년 인천 출생 △인천 광성고 △서울대 국제경제학과 △미국 플로리다대 경영학 석사 △행정고시 39회 △금융위원회 금융시장분석과장 △보험과장 △중소금융과장 △은행과장 △자본시장조사단장 △자본시장국장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