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셈법에 표류…정부 조직개편, 4분기로 미뤄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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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부 출범 두 달이 지나도록 행정부 조직개편안의 윤곽이 드러나지 않고 있다. 당초 국정기획위원회가 13일 국정과제를 발표하는 국민보고대회에서 정부 조직개편안도 함께 공개할 계획이었지만 발표 대상에서 제외됐다.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 정책의 환경부 이전, 금융위원회 금융 정책의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이전 등을 둘러싸고 여권 내에서도 이견이 표출되자 대통령실이 장고를 거듭하는 모양새다.

복잡한 셈법에 표류…정부 조직개편, 4분기로 미뤄지나

◇ 국민보고대회에서 조직개편 발표 안 해

12일 국정기획위는 13일 청와대에서 국민보고대회를 열고 이재명 정부가 추진할 123개 국정과제를 발표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부 조직개편안은 따로 발표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지난 6월 16일 출범한 국정기획위는 정부조직개편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특정 부처에 과도하게 집중된 기능과 권한 분산(검찰청 폐지, 기재부의 예산 기능 분리), 인공지능(AI) 강국 도약을 위한 정부 효율성 강화(과학기술부총리 신설),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정부 조직 정비(기후에너지부 신설) 등을 추진해왔다.

7월 3일과 8월 1일에는 이재명 대통령에게 초안과 최종안 보고까지 마쳐 국정기획위가 국민보고대회를 즈음해 조직개편안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됐다. 국정기획위는 검찰청 해체와 기재부의 기획예산처·재정경제부 분리, 환경부와 산업부의 에너지실을 합친 기후에너지부 신설 등은 단일 안으로 보고했다. 반면 의견이 엇갈리는 개편안은 복수 안으로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기획위가 결론을 내지 못한 채 대통령실에 최종 판단을 맡긴 셈이다.

가장 이견이 큰 건 금융위, 금융감독원 등 금융감독체계 개편이다. 앞서 국정기획위는 금융위 소관인 국내 금융정책 기능을 재정경제부로 넘기고, 금융감독 기능은 금감원 및 금융감독위원회가 담당하는 금융감독체계 개편안을 보고했다. 금감원 산하의 금융소비자보호처는 금융소비자보호원으로 분리 신설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금융권에서는 현행 시스템에 큰 문제가 없는데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의 실패한 감독체계로 돌아가자는 주장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금융당국과 금융회사가 한목소리로 반대하고 있다. 특히 금융소비자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금소원을 설립하면 정책 취지와 정반대로 소비자 보호가 약화할 것이란 지적도 많다.

금융감독체계 개편 논의가 ‘교수들의 자리 늘리기를 위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적지 않다. 일부 교수 그룹이 ‘모피아 힘 빼기’를 이유로 정권이 바뀔 때마다 금융위 해체를 주장해왔기 때문이다.

산업부 에너지실을 환경부로 이관하는 개편안을 두고서도 정부와 여권 내 의견이 엇갈린다. 에너지와 환경 부처를 합쳤던 독일 같은 제조 강국들도 다시 에너지 기능을 산업 정책과 묶는데 우리만 흐름에 역행한다는 것이다.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11일 “관세 전쟁에 따른 산업 공동화와 고용 위기 상황에서 에너지 기능을 환경부로 이관하는 개편안에 신중해지기를 부탁한다”고 밝혔다.

◇ 조직개편 4분기 마무리될 수도

일각에서는 13일 국민보고대회에서 정부 조직개편안을 함께 발표하면 국정 과제가 관심 밖으로 밀릴 수 있다는 우려에 발표를 미룬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오는 25일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 이후에 발표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해 국회를 통과시키기까지 한 달여의 시간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이재명 정부의 첫 조직개편은 4분기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다.

문민정부 이후 첫 조직개편까지 가장 오랜 시간이 걸린 정권은 윤석열 정부다. 여소야대로 국회 협의가 지연돼 정부조직법 개정안 발의에서 시행까지 151일(2023년 2월)이 걸렸다. 정부 출범(2022년 5월)으로부터 거의 1년이 지난 시점이었다. 박근혜 정부도 국회 협의가 늦어져 51일(2013년 3월)이 걸렸다. 김영삼·김대중 대통령은 각각 10일, 13일 만에 정부조직법 개정을 마쳐 정권 출범 전 조직개편안을 마무리했다.

정영효/서형교 기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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