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철북콘서트홀 ‘무지카…’
연말까지 6차례 시리즈 개최
옛 그림과 음악 만나는 즐거움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은평구 통일로 이호철북콘서트홀. 해설자가 옛 그림을 화면에 띄운 채 설명을 이어 나갔다. 이어 현악기 연주자 강효정이 연주하는 마랭 마레(1656∼1728) 곡 ‘인간의 목소리들’의 잔잔한 선율이 흘러나왔다.
이 콘서트는 이호철북콘서트홀에서 12월까지 여섯 차례 펼쳐지는 시리즈 콘서트 ‘무지카 픽투라, 픽투라 무지카(보는 음악, 듣는 미술)’의 첫 편이다. 시각정보디자인을 전공한 음악 미술 칼럼니스트 박찬이가 해설을 맡았다. 지난해 12월 나온 자신의 책 ‘음악과 이미지’에 소개된 그림과 음악 작품들을 중심으로 음악과 미술이 서로 조응하는 지점을 탐색한다.
이날 옛 악기 연주그룹인 ‘앙상블 상상과 용기’ 연주자들인 김수진(리코더) 최현정(바이올린) 신용천(오보에) 김희성(바순) 강효정(첼로 등 저음현악기) 최현영(하프시코드) 등 여섯 명이 쉽게 듣기 힘든 16세기 작곡가 샘슨의 ‘거룩한 뿌리’부터 바흐의 ‘푸가의 기법’까지 열 곡을 연주했다.각자 해당 분야에서 국내 대표급 연주자로 꼽히는 이들이 꾸미는 앙상블과 화면에 투사된 옛 그림에 관객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몰입했다. 남편과 함께 온 한 여성 관객은 “악기가 나오는 옛 그림에 이렇게 많은 상징들이 들어 있을 줄 짐작하지 못했다. 고전 낭만 시대의 음색과 다른 옛 악기 연주도 환상적”이라고 말했다.
콘서트 시작 전 인사말에서 표문송 이호철북콘서트홀 관장은 “은평구를 비롯한 서울 서북부는 과거 문인들의 동네였는데, 오늘날에는 문화의 중심이 강남에 치우친 느낌”이라며 “새로운 문화 거점을 만들자는 의미로 이 공간이 생겼고 르네상스적인 예술의 본질을 여기서 돌아보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호철북콘서트홀은 은평구에 거주했던 작가 이호철(1932∼2016)을 기리기 위해 은평구가 지난해 11월 옛 서울서부시외버스터미널 자리에 개관했다. 휴관일인 월요일을 제외하면 교육이나 행사가 없는 날도 누구나 이곳에서 책을 읽고 차를 마시거나 담소를 나눌 수 있다.‘무지카 픽투라, 픽투라 무지카’ 시리즈는 ‘음악의 정원―하프시코드와 이미지’(5월 11일), ‘그려진 소리’(7월 6일), ‘류트와 노래의 메아리’(9월 날짜 미정), ‘오르가니스트의 발―오르간과 페달’(11월 2일), ‘헨델의 음악 갤러리’(12월 날짜 미정)로 이어진다.이호철북콘서트홀에선 매주 토요일 미술 건축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강연하는 ‘문예북흥’ 시리즈도 열리고 있다. 지금까지 현기영 작가와 황지우 안도현 시인, 유홍준 교수, 유현준 건축가, 가수 하림 등이 관객과 만났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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