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 소나타는 문제 해결 과정… 천재적이고 짜릿”

1 week ago 5

‘소나타 전곡 녹음’ 최희연 피아니스트
계획 21년만에 9장 전집 음반 발매
내일 서울 예술의전당서 리사이틀

10일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리사이틀을 여는 피아니스트 최희연이 4일 서울 강남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베토벤 소나타가 주는 메시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유니버설뮤직 제공

10일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리사이틀을 여는 피아니스트 최희연이 4일 서울 강남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베토벤 소나타가 주는 메시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유니버설뮤직 제공
“베토벤 소나타는 1악장을 항상 ‘문제’로 시작해요. 발전부에서 그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 천재적이고, 카타르시스를 주죠.”

베토벤 소나타 전곡 음반 녹음을 계획한 지 21년 만에 지난달 9장으로 구성된 전집 음반을 내놓은 피아니스트 최희연은 이렇게 말했다. 그가 10일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음반 발매 기념 리사이틀 ‘Testament’(유언, 성서)를 연다. 전집의 부제와 같은 제목이다. 베토벤의 마지막 3대 소나타 30, 31, 32번과 소나타 21번 ‘발트슈타인’을 연주한다. 4일 서울 강남구 풍월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최희연은 그간의 곡절 많았던 사연을 공개했다.

그를 ‘베토벤 스페셜리스트’로 각인시킨 계기는 2002년부터 4년 동안 금호아트홀에서 이어 나간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시리즈였다. 이를 계기로 2004년 가을부터 3년 동안 녹음이 예정됐다. “그런데 임신 중에 문제가 생겨 아기를 위해 움직이지 못하고 누워 있게 됐죠. 그 얼마 뒤 녹음 프로젝트를 후원하신 분이 돌아가시면서 완전히 중단됐어요.”

2005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수여한 ‘올해의 예술상’이 녹음의 열망에 다시 불을 붙였다. 2015년 베를린 텔덱스 스튜디오에서 녹음을 시작했다. 2019년 소나타 29번 ‘함머클라비어’를 녹음하고 나서야 전곡 녹음이 확정됐다. 팬데믹은 베토벤에 온전히 몰두할 기회를 주었고, 2023년 초 오랜 여정이 마무리됐다.

그는 녹음 엔지니어 토마스 휩시에게 특별한 감사를 표했다. 휩시가 베를린 필하모니에 있는 뵈젠도르퍼 피아노를 보여줬는데, 그 악기가 깊이 마음에 들었다고 했다. “음이 지속되는 시간이 굉장히 길고, 칸타빌레(노래하듯이) 사운드가 뛰어났어요. 빈에서 전통을 유지해 온 악기라서 그런지 베토벤을 연주하기에 적절했습니다.” 한국에서는 적절한 뵈젠도르퍼를 찾지 못해 예술의전당에 있는 스타인웨이 피아노로 연주한다.

베토벤은 개인적으로도 그에게 특별하다. “제가 피아노를 연주할 때 어머니가 너무 좋다고 누구 곡이냐고 물어보실 때는 거의 다 베토벤이었어요. 아버지와 사별하신 뒤 힘드실 때 어머니에게 용기를 준 음악이었고, 저도 베토벤의 ‘뚫고 나가는 힘’을 느꼈죠.”

그는 베토벤이 주는 힘이 이 시대에 필요하다고 힘줘 말했다. “유럽도 미국도 (사회의) 양극화가 심해요. 베토벤이 주는 화합의 메시지가 이 시대에 절실하다고 생각합니다.”최희연은 1999년 서울대 음대 역사상 최초로 공개 오디션을 통해 교수로 임용됐고, 2023년부터 미국 피바디 음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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