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식 "安 혁신위 고심 끝 수락했는데…지도부 결정 이해 안돼"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을 맡았던 안철수 의원이 7일 혁신위원장직을 전격 사퇴하면서 지도부와 혁신위 구성을 놓고 갈등을 빚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안 의원의 혁신위원 합류 제안을 수락했던 박은식 전 비대위원은 "아무런 통보를 받지 못한 채 인선안이 발표됐다"며 지도부 결정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고 비판했다.

박 전 위원은 이날 통화에서 "지난 주말 안 의원에게 혁신위원으로 합류해달라는 제안을 받고 고심 끝에 합류를 결정했었다"며 "이후 아무런 설명도 없이 명단에서 빠졌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했다. 호남 출신의 박 전 위원은 '한동훈 비대위'의 비대위원으로 활동했으나 계파색은 옅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과거에도 당 지도부로부터 혁신위원장 제안을 받았으나 고사하기도 했다.

박 전 위원은 "이미 과거 혁신위 활동을 가까이서 봤기 때문에 혁신위 활동에 한계가 있다는 점도 잘 알지만, 그래도 할 수 있는 역할을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수락했던 것"이라면서도 "현재 특정 계파에서 활동하고 있지도 않고, 배제할 이유가 없는데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저는 오히려 무작정 '인적 청산'을 해야 한다는데는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만약 혁신위에 합류했으면 '쌍권 지도부'에 대한 출당 조치 보다는 다른 길을 찾자고 제안했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적어도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에 대해 책임이 있는 사람들은 나서서 확실하게 사과하고 변화하려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했다.

당이 어려운 상황일 때 제 역할을 하지 않는 중진 의원들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그는 "지금 당의 문제는 전면에 나서 제 역할을 하는 사람을 당이 보호해주지 않고, 외려 '욕받이'가 되는 문화가 굳어졌다는 점"이라며 "뒤에서 숨어서 조용히 있었던 의원들만 다시 공천을 받아 다선 의원으로 남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다만 박 전 위원은 향후 혁신위나 전당대회와 관련해서는 더 이상 특정 역할을 맡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날 안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합의되지 않은 날치기 혁신위원회를 거부한다”며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전당대회는 오는 8월 개최될 예정이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