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尹 “들여보내지 말라니까”…경호본부장 ”관저 2정문 뚫리면 소총들고 나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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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대통령이 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내란 우두머리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 사건 9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5.07.03 사진공동취재단

윤석열 전 대통령이 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내란 우두머리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 사건 9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5.07.03 사진공동취재단
“관저 안으로 들어온게 맞느냐.”(윤석열 전 대통령)

“검사가 저를 만나면 곧 돌아간다 해서 내려가고 있습니다.”(박종준 전 대통령경호처장)

올 1월 3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 관저. 박 전 처장은 휴대전화로 걸려온 전화 한 통을 받고 이같이 보고했다. 보안 메신저인 ‘시그널’ 앱으로 전화를 걸어온 상대방은 윤 전 대통령이었다. 박 전 처장을 비롯한 경호처 관계자들은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집행하러 온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검사들과 차벽 등을 사이에 두고 대치하던 중이었다. 시시각각 상황을 보고받던 윤 전 대통령은 “공수처가 2정문까지 올라오는 건 좀 아닌 것 같다”는 구체적 의견도 경호처에 냈다.

특검은 올 1월 경호처가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수색·체포영장 집행 과정에서 집단 저항을 한 배경에 ‘대통령 지시’가 있었다고 보고 있다. 윤 전 대통령과 경호처 간부들이 경호처 직원들을 시켜 정당한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하도록 한 혐의가 있다는 것이다. 6일 윤 전 대통령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배경이다. 특검은 박 전 처장과 김성훈 전 경호처 차장, 이광우 전 경호본부장, 김신 전 경호처 가족부장 등을 공범으로 판단했다.

●尹, “들여보내지 말라니까 말이야. 응?”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유효기간 마지막날인 6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 관저 모습.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유효기간 마지막날인 6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 관저 모습.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구속영장청구서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8일 경찰의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 공관 압수수색 직후부터 경호처에 “장관 공관만 생각하면 안 된다. 대통령 관저와 다 함께 묶여있는 군사 보호구역 아니냐”며 수사기관의 관저 진입을 막으라는 취지로 지시했다. 윤 전 대통령이 경찰관 1명의 공관촌 진입을 확인한 뒤 김 전 차장에게 “들여보내지 말라니까 말이야. 응? 너 (경호) 처장한테 내 얘기 전달 안했어”라며 강도높게 질책했다는 것이다. 윤 전 대통령은 첫 체포영장 집행이 예견된 올 1월 초 박 전 처장 등과 식사를 하면서 “불법 영장에 응할 수 없다”며 “영장을 집행하러 오면 (관저) 1정문 앞에 대기시켰다가 변호인단을 만나고 돌아가도록 해라”고 가이드라인을 줬다고 특검은 밝혔다. 경찰은 경호처 저항에 가로막혀 영장을 집행하지 못하고 철수했다.특검은 윤 전 대통령이 2차 체포영장 집행을 앞두고는 김 전 차장 등이 참석한 식사 자리에서 “총은 경호관들이 훨씬 잘 쏜다”며 “총을 가지고 있다는 걸 좀 보여줘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 본부장이 경호관들에게 소총을 휴대한 채 관저를 하루 2차례 순찰하는 ‘위력경호’를 지시해 직권남용을 저질렀다는 게 특검의 판단이다. 이 본부장은 2차 체포영장 집행을 앞둔 올 1월 11일 무렵 경호처 직원들에 “만약에 (관저) 2정문까지 뚫리면 소총 들고 뛰어나가야 한다”고 지시했다고 특검은 영장에 적었다. 그 무렵 관저 무기고에 있던 MP-7 기관단총 2정이 전진 배치됐다고 했다. 하지만 경호처는 공수처의 2차 체포영장 집행 당시 길을 터줬고, 윤 전 대통령은 관저에서 체포됐다.

● 특검 “관저를 치외법권 지역으로 만들어”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을 겨냥해 “경호처를 사병화해 영장 집행을 무력화하고 증거인멸을 시도했다. 관저를 치외법권 지역처럼 만들기도 했다”며 구속 필요성을 강조했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이 김 전 차장과 나눈 보안 메신저 자료와 이 전 본부장의 업무수첩 내용 등을 종합해 결론을 내렸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반면 윤 전 대통령 측은 내란죄 수사권한이 없는 공수처가 서울서부지법을 택해 발부받은 체포영장은 불법 영장이고 이를 막아선 건 죄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체포저지 의혹은 올 3월 김 전 차장 영장심사 당시 다뤄졌는데, 법원이 ‘혐의에 대해 피의자가 다퉈볼 여지가 있다’며 영장을 기각한 사안”이라고 밝혔다.

9일 윤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맡은 남세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사법연수원을 33기로 수료하고 부산지법동부지원, 의정부지법 부장판사 등을 거친 후 2월 서울중앙지법으로 자리를 옮겼다. 남 부장판사는 올 5월 대법원 청사에서 조희대 대법원장 사퇴를 촉구하면서 기습 시위를 벌인 한국대학생진보연합 회원 4명에 대해 청구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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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예 기자 yea@donga.com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조승연 기자 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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