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전 시장 성폭력사건 무죄주장 영화
피해자 정신적 고통에 손배 책임 인정
法 “성희롱 행위 존재 수차례 인정돼”
법원이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폭력 사건이 무죄임을 주장하는 내용의 다큐멘터리 영화를 만든 제작자 등을 대상으로 해당 사건 피해자에게 1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영화는 상영을 금지했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15부(부장판사 윤찬영)는 박 전 시장 성폭력 사건 피해자가 영화 ‘첫 변론’ 제작자 김대현 감독과 박 전 시장 다큐멘터리 제작위원회 ‘박원순을 믿는 사람들’에 제기한 손해배상 재판에서 지난 3일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피고들이 원고에게 1000만원과 2023년 11월부터 선고일까지는 연 5%,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할 것을 명령했다. 또 영화의 상영, 스트리밍, 다운로드 등 서비스 제공을 위한 게시를 금지하고, DVD 등으로 제작·판매·배포하는 행위도 제한했다.
재판부는 “고인의 원고에 대한 성희롱 행위의 존재는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사 절차 및 관련 행정소송 절차에서 충분한 심리를 거쳐 여러 차례 인정됐다”며 “피고들의 위와 같은 불법행위로 원고의 인격권이 크게 침해되고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임이 분명하므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해당 영화가 공익을 위한 것이라는 피고들의 주장에 대해서도 “고인의 가해행위 사실을 축소하거나 부정하기 위해 제작된 것으로 보인다”며 “이 영화가 공공의 이익을 주요한 목적으로 삼아 제작된 것이라고 인정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첫 변론’은 박 전 시장을 옹호하는 내용의 다큐멘터리 영화로, 2023년 9월 법원은 서울시와 성희롱 피해자 측이 제기한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 당시 재판부는 “이 영화의 주된 표현 내용을 진실로 보기 어렵고 피해자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내용”이라고 밝혔다.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영화가) 진실을 밝히겠다고 하면서 피해자나 피해자 증언을 들었던 사람들에 대해서는 전혀 취재하지 않고 배제한 것이 표현의 자유 영역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라며 “이 지점에 대해 법원이 명확한 기준을 마련했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