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리니스트 박수예(26)가 지난 5월 19일부터 29일(현지시간)까지 핀란드 헬싱키 뮤직센터에서 열린 제13회 장 시벨리우스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에서 1위를 차지했다. 이 대회는 세계적인 권위를 지닌 콩쿠르로 2022년 제12회에서 양인모가 한국인 최초로 우승한 데 이어 박수예가 두 번째 한국인 수상자가 됐다.
대구 출신인 박수예는 네 살에 바이올린을 시작해 2009년부터 독일 베를린의 한스 아이슬러 음악대학에서 울프 발린 교수를 사사했다. 2021년에는 오스모 벤스케가 지휘한 서울시립교향악단과 윤이상 ‘바이올린 협주곡 제3번’을 협연했다. 이 실황은 음반으로도 발매됐다. 그 외에도 국내에서는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코리안챔버오케스트라, 강남심포니, 한경아르떼필하모닉 등과 협연하며 연주 활동을 이어왔다.
대회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박수예는 결선 무대에서 시벨리우스 바이올린 협주곡과 현대 협주곡을 높은 완성도로 연주해 심사위원단의 호평을 받았다. 결선 무대는 핀란드 방송 교향악단과 헬싱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협연으로 진행됐다.
올해 대회의 심사위원단은 핀란드의 바이올리니스트 출신 지휘자 존 스토르가르즈를 위원장으로 레카 실비아, 얀 쇠데르블롬(핀란드), 엘리세 바트네스(노르웨이), 레본 칠링기리안(영국), 이성주·조진주(한국) 등 6명의 바이올리니스트로 구성됐다.
콩쿠르에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이성주 한국예술종합학교 명예 교수는 박수예의 결선 무대에 대해 “시벨리우스 바이올린 협주곡과 현대 음악 작품을 거침없이 소화하는 연주였다”며 “기량이 매우 뛰어나,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우승자다운 연주를 들려줬다”고 평가했다. 또한 “앞으로 국제 무대에서 한국을 대표할 준비가 돼 있는 연주자”라며 높은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 교수는 특히 “박수예가 2차 본선에서 바르톡 소나타를 연주했을 때 이미 심사위원들로부터 강력한 우승 후보로 주목받았다”고 덧붙였다.
우승을 차지한 박수예에 이어 2위는 일본의 요시다 미나미, 3위는 미국의 클레어 웰스가 각각 수상했다. 박수예는 삼성문화재단의 후원을 받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1753년 제작된 지오반니 바티스타 과다니니 바이올린을 사용하고 있다.
조동균 기자 chodog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