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 파타고니아에서 혹등고래가 카약을 탄 남성을 통째로 삼키는 사건이 벌어졌다. 다행히 혹등고래가 남성을 그대로 토해냈고, 무사히 피신했다.
13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아드리안 시만카스는 지난 8일 마젤란 해협의 산 이시드로 등대 근처 바이아 엘 아길라에서 아버지와 함께 카약을 타던 중 갑자기 나타난 혹등고래의 입에 빨려 들어갔다.
아버지 델 시만카스는 이 장면을 카메라로 담았다. 영상을 보면 갑자기 혹등고래가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냈고, 이어 혹등고래가 수면 아래로 모습을 감추면서 동시에 아드리안도 함께 사라졌다.
이윽고 그가 다시 수면 위로 나타나더니 필사적으로 아버지의 카약으로 헤엄쳐 가는 모습이 담겼다. 아버지는 아들이 다가오는 동안 평정심을 유지하며 아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차분히, 차분히"라고 말했다. 다행히 부자는 모두 무사히 해안으로 귀환했다.
아드리안은 사고 상황을 떠올리며 "(고래가) 이미 날 잡아먹은 줄 알았어요"라고 밝혔다. 그는 "처음에는 제가 죽었다고 생각했고 엄청난 공포였다”며 “제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고래 입에서 풀려난 후에도 공포에 떨었다. 고래가 또 공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제가 수면 위로 올라와 헤엄칠 때 아버지에게도 무슨 일이 일어날까 봐 두려웠다"며 "제시간에 해안에 도착하지 못하거나 저체온증에 걸릴까 봐 걱정됐다"고 말했다. 아드리안은 처음에는 고래의 공격으로 생각했으나 나중에는 "단순한 호기심이었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사고가 발생한 마젤란 해협은 칠레 수도 산티아고에서 남쪽으로 3000km 떨어진 곳에 있는 파나고니아의 주요 관광 명소다. 칠레 해역에서 고래가 사람을 공격하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 하지만만 최근 몇 년간 화물선과 고래의 충돌 사고는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