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현식 기자] “전 세계 문화정책 리더들의 만남이 문화가 지닌 치유와 통합, 창의의 힘이 더욱 확산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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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국 예술위원장(사진=예술위) |
정병국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은 28일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열린 제10회 ‘문화예술세계총회’(World Summit on Arts and Culture) 개회식에서 이 같이 밝혔다.
‘문화예술세계총회’는 공공, 민간, 학계가 함께하는 글로벌 문화예술 교류의 장이다. 각국의 문화예술기관 대표, 정책 전문가, 예술가, 연구자 등이 참가한다. 국내 개최는 이번이 처음이다. ‘문화예술의 미래 구상’을 주제로 로 일대에서 진행되는 올해 총회는 예술위와 ‘국제예술위원회 및 문화기관연합’(IFACCA)이 공동 주최하며, 전 세계 62개국의 문화예술 전문가 400여 명이 함께한다.
정 위원장은 이날 개회사에서 “한국은 오랜 세월 문화의 힘으로 스스로를 변화시켜왔다. 15세기에는 모든 백성이 지식을 누리고 소통을 해야 한다는 신념을 가진 왕에 의해 한글이 창제됐고, 20세기에는 백남준이라는 예술가가 기술과 예술의 경계를 허물면서 예술이 인류 공동의 실험실임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BTS(방탄소년단), 영화 ‘기생충’, 그리고 수많은 젊은 예술가들이 세계와 소통하면서 모두의 문화를 현실로 만들어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 위원장은 “그 바탕에는 문화가 단지 소수의 것이 아닌 모두의 것이어야 한다는 신념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지난하고 힘든 역사도 있었으나 문화의 힘은 누구도 막을 수 없었다”면서 “예술위 또한 누구나 창작하고 향유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으며, 이제 눈을 밖으로 돌려 여러분과 함께하고자 한다”고도 밝혔다. 이어 “전 세계 문화정책 리더들이 모여 그간의 성과를 나누고 공동의 비전을 만들어가는 뜻깊은 자리인 ‘문화예술세계총회’가 예술, 정책, 시민 모두를 아우르는 글로벌 문화동맹으로 더욱 성장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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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 세션 ‘급변하는 시대, 문화의 미래 전망’(사진=예술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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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세계총회’(사진=예술위) |
‘문화예술세계총회’는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진행한 공식 개막 만찬을 시작으로 일정을 시작했으며, 오는 30일까지 아르코예술극장을 비롯한 대학로 일대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전개한다. △지식체계와 주체성 △참여체계와 유대감 △디지털 체계와 기술 등 3가지 대주제를 중심으로 총 106명의 연사가 참여하는 36개 세션을 진행한다.
인공지능(AI), 디지털 기술의 확산, 기후위기, 지역 공동체의 회복력 등 다중위기 시대에 직면한 전 지구적 도전 과제들에 대해 문화예술이 어떤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지에 대해 다각적으로 조망하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주요 참여 연사는 마이클 러닝 울프(밀라 퀘벡 인공지능 연구소 수석 아키텍트), 게어프리트 슈토커(아르스 일렉트로니카 예술감독 겸 운영감독), 에이브릴 조프(문화기업 및 정책 유네스코 석좌교수), 어니스트 우르타순(스페인 문화부 장관), 알렉산드라 잔타키(유엔 문화권 분야 특별보고관) 등이다.
개회식에 함께한 막달레나 모레노 무히카 IFACCA 사무총장은 “문화예술의 미래를 구상하기 위해선 성찰과 비평이 필요하다”며 “이번 총회를 통해 그간의 활동을 돌아보고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키기 위해 어디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가를 고민하는 시간을 가지며 새로운 해결책과 방향성을 도출할 수 있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진행된 첫 번째 통합 세션은 ‘급변하는 시대, 문화의 미래 전망’을 주제로 진행됐다. 박양우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비롯해 알렉산드라 잔타키 유엔 문화권 분야 특별보고관(그리스/영국), 야리 카마라 문화정책 자문가(시에라리온/우간다), 마르시아 헬레나 곤살베스 홀렌베르그 브라질 문화부 문화시민권 및 다양성 담당 국장(브라질) 등이 연사로 나서 문화창의 부문이 지니는 사회적인 차원의 의미를 성찰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박양우 전 장관은 코로나19 대유행과 12·3 비상계엄을 예시로 들며 “문화는 주변 여건 및 환경과 밀접한 연관이 있기 때문에 정치, 경제 안정성 등 외생변수를 고려한 대응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알렉산드라 잔타키 유엔 문화권 분야 특별보고관은 “문화와 정보의 홍수 시대 속에서 콘텐츠에 대한 검토 및 문화를 통한 인류 발전을 위한 노력 등이 간과되고 있다. 예술이 그 어느 편도 아닌 채로 계속 번영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을 찾아야 할 때”라는 견해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