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7월 대지진설'에 대한 소문이 급속히 퍼지며 현지 관광업계에 실제적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우치 다카히데 노무라종합연구소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보고서에서 "7월 대규모 자연재해에 대한 억측으로 인해 약 5600억엔(한화 약 5조 2935억원) 규모의 관광 수익이 증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 관광에 타격을 준 소문의 출발점은 일본 만화가 타츠키 료가 1999년 출간한 작품 '내가 본 미래'다. 작가는 과거에 꾼 자신의 예지몽을 통해 2011년 3월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을 예측해 유명세를 얻었다.
특히 '2025년 7월, 일본과 태평양 연안 국가들이 거대한 쓰나미에 휩쓸린다'고 주장한 것이 높은 관심을 끌었고, 해당 내용은 SNS와 유튜브를 통해 반복적으로 노출됐다.
NHK 분석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지난 5일까지, 일본 SNS X(구 트위터)에는 '7월 5일 지진설' 관련 게시물이 약 20만 6000건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6월 한 달에만 6만건 이상, 7월 1일부터 5일까지 불과 닷새 동안 10만 6000건 이상이 나왔다.
소문과 맞물려 일본 가고시마현 도카라 열도 인근 해역에서 연속적인 지진이 발생해 루머에 힘을 실었다. 일본 기상청에 따르면 6월 21일부터 최근까지 도카라 열도 해역에서는 진도 1 이상 지진이 1500회 이상 감지됐다.
이는 2021년과 2023년 같은 지역에서 발생한 수준을 훨씬 웃도는 수치다. 이어 온라인상에서는 '도카라의 법칙'이라는 속설이 퍼져나갔다. 도카라 열도에서 지진이 연이어 발생하면 이후 다른 장소에서 대지진이 일어난다는 내용이다.
지진에 대한 불안감에 관광 분야의 피해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항공 노선 중단, 관광객 급감, 예약 취소 등으로 경제적 손실이 야기된 것이다. 일본 정부 통계에 따르면, 5월 홍콩의 일본 입국자 수는 전년 동기 대비 11% 감소했고, 일본 남서부의 돗토리현은 5월에 홍콩발 예약이 거의 50% 감소하기도 했다.
수요 감소에 따라 홍콩 항공은 7~8월 중 가고시마, 구마모토 등 일본 남부 노선 운항을 전면 중단했다. 해당 노선은 수요 증가로 한때 증편까지 이뤄졌던 지역이었지만, 루머 확산 이후 탑승률이 급감해 중단이 불가피해졌다는 게 설명이다.
국내 여행 업계도 타격을 우려하고 있다. 이미 일본 신규 예약 건수는 둔화 중이고, 취소율 역시 평소보다 증가한 상태로 알려졌다. 특히 규슈 등 인기 지역의 단기 여행 수요가 감소하며, 수요 예측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 대형 여행사 관계자는 "최근 일본 예약의 취소율이 증가했고, 여름 이후 신규 수요도 전반적으로 줄어든 상황이다"라며 "환율 상승과 관광세 부과에 더해 최근 언론 보도를 통해 일본 대지진설이 부각되면서 '가도 되겠냐'는 고객 문의도 다수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 기상청은 "일본에서는 진도 1 이상 지진이 연간 2000회 정도 일어난다. 지진은 날짜, 규모, 장소를 특정해 예측하는 것이 과학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장지민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