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도시' 마추픽추로 유명한 남미국가 페루에서 3500년 전 지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고대도시가 발견돼 일반에 공개됐다.
6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등은 페루 문화부와 현지 고고학자들이 지난 3일 기자회견을 열고, 바랑카주(州)에서 고대도시 '페니코(Penico)'가 발견된 사실을 공개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수도 리마에서 북쪽으로 약 320㎞ 떨어진 지점에서 발굴된 '페니코'는 기원전 1800년에서 기원전 1500년 사이 생겨난 것으로 보인다.
연구진은 해발 600m에 위치한 이 도시가 태평양 연안 지역과 안데스산맥 고산지대, 아마존 분지 일대 주민들이 모이는 교역소 역할을 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연구진이 촬영한 드론 영상에는 도시 중심부에 원형 구조물이 있고 돌과 진흙으로 지어진 건물들이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모습이 담겼다.
연구진은 "2017년 처음 페니코를 찾아낸 이후 8년간의 연구 끝에 일반에 공개하게 됐다"면서 "의식용 사원과 주거 단지, 벽화 등 총 18개의 구조물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적 내부 건물들에서는 인간의 유해와 사람 혹은 동물 모양의 찰흙 조각, 제의 용품, 구슬과 조개로 만들어진 목걸이 등이 나왔다"고 덧붙였다.
도시 중심부의 원형 광장 주변에는 권력과 권위를 상징했던 것으로 보이는 소라고둥 나팔도 그려져 있었다고 연구진은 전했다.
연구진은 페니코가 1948년에 발견된 고대도시 카랄(Caral)에서 서쪽으로 불과 약 27㎞ 떨어진 곳에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미주대륙에서 가장 오래된 고대도시인 카랄은 이집트와 인도, 수메르, 중국 등에서 인류 최초의 문명이 태동하던 것과 동시대인 5000년 전 건립됐다.
이번 발굴을 주도한 현지 고고학자 루스 셰이디는 "페니코와 카랄 유적 사이에 놀라울 정도의 유사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카랄은 기후변화로 인한 가뭄과 홍수 때문에 무너진 것으로 여겨지는데, 건립 시기나 위치 등을 고려할 때 페니코는 카랄 붕괴 후 생겨난 유민들을 중심으로 형성된 도시일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한편, 페니코는 지난 3일부터 관광객의 방문이 허용됐고, 페루 당국은 관광 활성화를 위해 페니코 유적을 디지털로 재현해 관광객들이 도시의 전성기 당시 모습을 볼 수 있도록 해놓았다고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