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방문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앞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우주, 기술 분야 의제를 논의했다. 성조기를 배경으로 한 백악관 블레어하우스에서 회동하며 정상회담을 방불케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1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모디 총리는 이날 백악관 인근 영빈관인 블레어하우스에서 머스크와 만난 뒤 X(옛 트위터)에 “우리는 머스크가 관심을 갖는 우주, 모빌리티, 기술, 혁신을 포함해 다양한 이슈를 다뤘다”고 밝혔다. 이어 “(머스크와) 최소 정부와 최대 거버넌스, 개혁에 대한 인도 정부의 노력을 얘기했다”고 덧붙였다. 인도 외무부도 이날 별도 성명을 통해 “신기술, 기업가 정신, 거버넌스 분야에서 협력을 심화할 수 있는 기회를 의논했다”고 밝혔다.
모디 총리가 머스크를 만난 동기는 분명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이번 회동에서 스페이스X의 위성 인터넷 서비스 ‘스타링크’의 남아시아 시장 진출이 논의됐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스타링크는 오랫동안 인도 시장 진출을 추진해왔고, 최근 인도 최대 위성업체 ‘릴라이언스 지오’와 위성 통신용 주파수 할당 방식을 두고 경쟁하고 있다. 로이터는 “인도 정부가 스타링크의 (주파수) 라이선스 신청을 검토하고 있다”며 모디 총리의 방미 후 스페이스X의 인도 진출에 대한 결론이 날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했다.
이번 회동은 마치 양 국가 간 정상회담을 연상케 해 미국 정치권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두 나라 국기를 배경으로 나란히 앉아 회담하는 방식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 국기 앞에서 모디 총리와 나란히 앉은 머스크 모습이 국가수반과 같았다”고 보도했다. 이어 “유일한 차이점은 모디 총리 측에서 보좌진이 배석하고, 머스크 측에서 머스크 자녀들의 엄마인 시본 질리스와 자녀 세 명이 동석한 것”이라고 전했다.
이날 모디 총리는 머스크 외에 마이클 월츠 국가안보보좌관, 털시 개버드 국가정보국(DNI) 국장, 인도계 사업가 비벡 라마스와미를 만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 전 두 사람의 회동에 크게 개의치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상호관세 부과’에 대한 대통령 각서 서명식에서 머스크가 모디 총리와 기업 대표로 만난 것인지, 미국 정부 대표로 만난 것인지 묻자 “그들이 만났는지 몰랐다”며 “아마 머스크가 인도에서 사업을 하고 싶어 하기 때문에 만났을 것”이라고 답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