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오가 죽었습니다."
언어 학습 앱 듀오링고는 지난달 12일 마스코트인 올빼미 '듀오'가 사망했다는 내용의 트윗을 게재했다. "당국이 현재 그의 사망 원인을 조사 중입니다. 솔직히 말해 아마도 그는 당신이 여러분이 학습하러 돌아오길 기다리다 죽었을 수도 있겠지만, 우리가 뭘 알겠어요?"라는 농담이 담긴 해당 게시물은 약 1억5000만 회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세계보건기구(WHO), 넷플릭스 등 여러 공식 SNS 계정이 이에 재치 있게 응답하며 더욱 주목을 받았다.
독특한 마케팅 방식으로 유명한 듀오링고에는 매일 4000만 명 이상이 접속해 40개 이상의 언어를 공부한다. 이들 중 70% 이상은 최소 일주일 이상 연속 학습을 이어가고 있으며, 가장 긴 연속 학습 기록은 4100일을 넘는다. 또한 500만 명 이상의 사용자가 1년 이상 연속 학습을 유지하고 있다.
전체 사용자의 절반이 영어를 배우고 있고, 국제공영어 에스페란토어, 미국 원주민 나바호족 언어, 하이발리리아(영화 '왕좌의 게임' 속 가상의 언어) 같은 특이한 언어도 학습할 수 있다. 최근에는 수학과 음악 코스도 추가되며 학습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
게으른 사람도 빠져든다…'알림의 심리학'
듀오링고가 성공한 이유는 성실한 사람들을 포섭했기 때문이 아니다. 심리적 장치를 활용해 게으른 사람도 꾸준히 학습하도록 만드는 전략 덕분이다. 그 핵심 비결은 바로 '다중 슬롯머신 알고리즘'이다. 이 알고리즘은 다양한 알림 메시지를 테스트한 뒤 사용자가 가장 반응할 확률이 높은 메시지를 적절한 시점에 발송한다. 일반적인 앱이 무작위로 스팸성 알림을 보내는 것과 달리, 듀오링고는 개인 맞춤형 전략을 통해 가장 효과적인 순간에 학습을 유도한다.
또 다른 전략 중 하나는 '연속 학습 보존 알림'이다. 하루가 끝나기 1시간 전 경고음과 함께 나타나며 긴급함을 강조하는 이모지를 활용해 긴박감을 조성한다. '연속 학습을 하고 싶다'기보다 '연속 학습을 잃고 싶지 않다'는 심리를 자극하는 것이 핵심이다. '패시브 어그레시브 알림'은 사용자가 일주일 동안 앱을 사용하지 않으면 마지막으로 발송되는 알림이다. "우리가 보내는 알림이 효과가 없는 것 같네요. 당분간 보내지 않겠습니다" 같은 메시지를 띄운다. 이러한 문구는 사용자에게 은근한 죄책감을 유발해 다시 앱을 열게 만든다.
듀오링고는 사용자가 앱을 계속 사용하도록 만드는 핵심은 '적절한 시점에 정확한 자극을 주는 것'이라고 본다. BBC는 "듀오링고만큼 사용자 충성도를 확보한 앱은 거의 없다"고 분석했다.
AI 투자에 비용 '쑥'…장기 성장 이끄나
언어 학습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면서 듀오링고의 실적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듀오링고의 연간 매출은 7억4800만달러로 전년 대비 41% 증가했다. 같은 해 영업이익은 6200만달러로 전년 대비 572% 급증했다. 루이스 본 아한 듀오링고 최고경영자(CEO)는 주주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우리는 2024년을 기록적인 분기로 마무리했다"며 "일일활성사용자수(DAU)가 4000만 명을 돌파했고 유로 구독자가 최대치로 증가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러한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듀오링고의 주가는 최근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실적 발표 이후 주가는 17% 급락하며, 지난해 5월 이후 가장 큰 하루 낙폭을 기록했다. 듀오링고는 애니메이션 캐릭터와의 화상 통화 기능을 제공하는 등 인공지능(AI) 기반 기능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는데, 이에 따른 비용 증가가 마진율(매출총이익률) 하락을 불러왔기 때문이다.
지난해 4분기 듀오링고의 마진율은 71.9%로 전년 동기(73.1%) 대비 하락했다. 애런 케슬러 시포트리서치 애널리스트는 "마진율 하락은 '듀오링고 맥스' 도입으로 인한 AI 비용 증가와 사용자당 광고 매출 감소 때문"이라며 "올해도 1.7%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비용 부담에도 불구하고 AI 기능은 사용자들 사이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AI 투자가 장기적으로 듀오링고의 성장에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라이언 맥도날드 니덤 애널리스트는 "AI 투자는 장기적인 성공을 위한 기반"이라며 "단기적인 비용 증가를 감수하더라도 장기적으로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평가했다.
맷 스카루파 듀오링고 최고재무책임자(CFO)도 "현재 AI 비용을 최적화하는 것이 목표는 아니다"라며 "아직 AI 모델 최적화나 비용 절감을 위한 조치를 실행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특히 듀오링고의 주요 시장인 영어 학습자들이 AI 기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성장세를 견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전체 구독자의 5%를 차지하고 있는 듀오링고의 최상위 요금제 '맥스' 구독 서비스가 향후 매출 성장을 견인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알렉산더 스칼라 레이먼드제임스 애널리스트는 "유료 구독자 증가 및 맥스 요금제 확산이 2025회계연도 성장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임다연 기자 all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