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에 대한 부정적 여론 확산으로 테슬라를 겨냥한 불매운동이 이어지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구원자로 나섰다. 백악관에 테슬라 미디어 이벤트를 열고, 테슬라 매장을 공격하는 이들에 대해 좌시하지 않겠다고 으름장도 놓았다. 이 같은 이벤트 영향으로 테슬라 주가는 이틀째 강세를 보이고 있다.
13일(현지시간) 버즈피드에 따르면 지난 11일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 테슬라 차량 5대를 세워놓고 이 중 한 대를 구매한다고 밝혔다. 또, 모델 S 세단에 직접 올라타 차가 아름답고 훌륭하다고 칭찬했다. 최근 테슬라 실적이 좋지 않은데다 머스크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확산하자 트럼프가 직접 나서 대대적인 홍보에 나선 셈이다. 버즈피드는 트럼프가 새 친구(일론 머스크)를 돕기 위해 차를 사겠다고 나섰다며 사실상 자동차 쇼를 열었다고 평가했다.
또 화제가 된 건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테슬라를 소개하며 들고나온 종이다. 자세히 보면 테슬라 모델별 가격이 적혀있다. 해당 사진이 퍼지면서 백악관이 광고판으로 전락했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테슬라 매장을 공격하는 사람들을 국내 테러리스트로 분류해야 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렇게 할 것"이라며 "그들은 위대한 미국 회사에 해를 입히고 있다. 그들을 멈추게 할 것"이라고 답했다.
또 머스크에 반대하며 테슬라를 표적으로 삼아 공격하는 이들을 향해 "위대한 미국 회사를 해치고 있다"며 "내가 말해두겠다. 테슬라에 무슨 짓을 하면 지옥을 겪게 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앞서 머스크가 트럼프 행정부의 정부효율부(DOGE) 수장을 맡아 연방 기관 축소, 대규모 인력 해고를 주도하면서 테슬라를 겨냥한 불매운동과 차량 방화 등이 잇따르고 있다. 미 증시 투자자들 상당수가 머스크 CEO의 정치활동을 테슬라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 보고 있다는 설문조사 결과도 나왔다.
미 경제매체 CNBC와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모건스탠리 애널리스트 애덤 조너스가 전날 투자자 24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85%가 머스크의 정치활동이 테슬라의 사업 펀더멘털에 "부정적"이거나 "아주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답했다. 구체적으로는 응답자의 45%가 "부정적"이라고 답했고, 나머지 40%는 "아주 부정적"이라는 견해를 나타냈다.
CNBC는 설문조사 표본 규모가 작긴 하지만, 이런 결과는 머스크가 미국과 국제정치에서 요주의 인물로 부상함에 따라 그에 대한 대중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는 최근의 징후를 보여준다고 짚었다.
한편 테슬라 주가는 지난 10일 15.4% 폭락해 222.15달러를 기록한 뒤 11일 3.79% 반등했고, 12일 이틀째 큰 폭으로 상승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불매운동과 공격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뒤 테슬라 주가가 오른 셈이다. 12일 뉴욕증시에서 테슬라 주가는 전날보다 7.59% 오른 248.09달러에 마감했다. 이날 장 중 한때는 251.84달러(9.22%↑)까지 오르기도 했다.
신용현 한경닷컴 기자 yong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