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마켓in 이건엄 기자] 지난해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던 일성건설(013360)이 올해 1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재무건전성은 여전히 위태로운 것으로 나타났다. 단기차입금 비중이 8할이 넘어가는 상황에서 신용도에 영향을 미치는 재무지표가 투기급에 머물고 있어 만기 대응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특히 전반적인 유동성도 좋지 않은 상황이라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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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성건설이 시공한 강서 공항동 도시형생활주택 복합시설. (사진=일성건설) |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일성건설의 올해 1분기 말 기준 차입금 규모는 1288억원으로 전년 말(1299억원)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이에 따른 차입금 의존도는 32.1%를 기록했다.
눈여겨볼 점은 만기가 1년 이내인 단기차입금 비중이 대폭 확대됐다는 점이다. 지난해 장기차입금으로 분류됐던 차입금 상당수가 단기차입금으로 편입된 영향이다. 일성건설의 올해 1분기 말 기준 단기차입금은 1046억원으로 전체 차입금 중 81.2%를 차지했다. 이는 전년 말 60.3% 대비 20.9%포인트(p) 상승한 수치다.
문제는 일성건설의 차입금 만기 대응력이 크게 떨어진다는 점이다. 우선 자체 유동성이 부족해 만기 시 상환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차입 부담은 여전한 반면 동원할 수 있는 현금성자산은 크게 줄어든 상태라 불확실성이 크다는 평가다.
실제 일성건설은 건설업황 악화로 유동성은 크게 둔화된 상태다. 일성건설의 올해 1분기 말 기준 유동비율은 76.7%로 전년 말 82.7% 대비 6%p 하락했다. 통상 건설업의 적정 유동비율은 100%~150%로 판단한다.
현금성자산도 같은 기간 206억원에서 190억원으로 7.8% 줄었다. 이에 따라 차입금에서 현금성자산을 제외한 순차입금은 1098억원에 달한다. 자본 대비 순차입금비율은 무려 166.1%를 기록했다. 이는 ‘건전한 수준’으로 여겨지는 50%를 3배 이상 초과한 수치다.
여기에 일성건설은 건전성 악화로 신용도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재무지표가 투기급에 해당하는 ‘B’급 수준에 머물고 있어 차환 역시 쉽지 않을 것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일반적으로 B급은 금융기관이 자금 조달을 기피하거나 대출 조건을 까다롭게 제시해 자금시장 접근성이 현저히 떨어진다. 특히 최근처럼 비우량기업에 대한 투자심리가 위축된 환경에서는 기존 차입금의 만기연장이나 신규 조달 모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한국기업평가(034950) 건설업 평가방법론에 따르면 일성건설의 시공능력만 놓고 봤을 때 신용등급은 BBB급에 해당한다. 일성건설은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24 시공능력평가에서 도급순위 56위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13계단 상승한 수준이다.
하지만 재무 항목 중 부채비율, 상각전영업이익(EBITDA)마진과 레버리지 배율(순차입금/EBITDA), 이자보상배율(EBITDA/금융비용)은 ‘B급’으로 나타났다. 수치로 보면 △부채비율 506.4% △EBITDA마진 3.7% △레버리지 배율 25.8배 △이자보상배율 1.21배 등이다.
이처럼 일성건설의 주요 재무지표가 악화한 것은 현금창출력이 크게 저하된 영향이 크다. 지난해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이후 올해 1분기 흑자전환에는 성공했지만 늘어난 금융비용과 원가부담 여파로 현금창출력 회복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일성건설의 올해 1분기 매출은 EBITDA는 43억원에 불과하다. 이에 따른 EBITDA마진율은 3.7%를 기록했다. 반면 금융비용의 경우 35억원으로 EBITDA의 80% 수준에 달했다. EBITDA는 이자와 세금, 감각상각비, 무형자산상각비 등을 차감하기 이전 이익으로 기업이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이는 현금 창출 능력을 뜻한다.
특히 운전자본 부담도 확대되고 있어 향후 현금흐름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일성건설의 올해 1분기 말 기준 순운전자본(매출채권+재고자산-매입채무)은 1153억원으로 전년 말 1025억원 대비 12.5% 증가했다. 순운전자본은 1년간 기업을 운영하기 위해 소요되는 자본으로 영업활동에 묶여 있는 현금으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