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이데일리 김연지 기자] 약 2년 전 글로벌 투자사들로부터 대규모 자금을 유치하며 유니콘(10억달러 이상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스타트업) 반열에 올랐던 영국의 한 인공지능(AI) 솔루션 기업이 돌연 법정관리 절차에 들어갔다. AI 붐을 타고 급격한 외형 성장을 이뤘지만, 회계 불투명성과 경영 불안정성, 리스크 관리 실패 등 구조적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히면서 유동성 위기가 짙어진데 따른 결과다.
현지 자본시장에서 ‘AI 테마에 기댄 오버 밸류에이션 후폭풍’이라는 평가가 쏟아지는 가운데 일부 관계자들은 “기술보다 신뢰를 우선시했어야 한다”는 자조 섞인 반응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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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구글 이미지 갈무리) |
23일 현지 자본시장에 따르면 영국 ‘빌더AI’는 최근 법정관리 절차에 돌입, 일부 사업부 매각을 포함한 다양한 구조조정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지난 2012년 설립된 빌더AI는 코딩 지식 없이도 AI로 누구나 앱을 제작할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하는 스타트업이다. 사용자가 원하는 기능과 디자인을 선택하면 자동으로 앱이 생성되는 구조로, 앱 개발에 들어가는 비용과 시간, 인력 의존도를 크게 줄인다는 점에서 혁신 모델로 주목받았다.
빌더AI는 지난 2023년 카타르투자청과 마이크로소프트, 인사이트파트너스 등 글로벌 투자사들로부터 총 2억 5000만달러(약 3444억원) 규모의 시리즈D 투자를 유치하면서 유니콘에 등극했다. 이들 중 마이크로소프트는 빌더AI 서비스가 자사 AI 생태계 확장뿐 아니라 신규 기업고객 확보에 기여할 것으로 보고 통 큰 투자를 집행하기도 했다.
그러나 투자 직후 정밀 감사가 시작되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투자사들의 요구로 회계 검증이 강화되면서 회사의 불투명한 재무구조와 내부 통제, 실적 신뢰도 전반에 걸쳐 문제점이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다.
이 중에서도 회사가 무너지기 시작한 결정적 계기는 내부에서 터져나온 ‘매출 부풀리기 의혹’에 있다. 회사는 2023년 예상 매출을 1억 4000만달러로 갑작스럽게 하향 정정했는데, 이는 회사가 투자자들에게 비공식적으로 제시했던 수치와 크게 차이지는 수준이다. 회계 투명성을 회복하기 위해 ‘하향 정정’이라는 방어적 조치를 취한 것이 오히려 시장 신뢰를 무너뜨리는 결과로 이어진 셈이다.
의혹이 확산되자 투자사들은 외부 감사를 직접 투입해 과거 실적에 대한 정밀 검증에 나섰다. 감사 결과에 대한 공식 발표는 없었지만 빌더AI는 2024년 하반기 실적 전망 역시 25% 가까이 낮춰 잡으면서 시장에 또 한 번 실망감을 안겼다.
현지 자본시장에서는 유니콘이라는 외형이 결국 실체없는 숫자에 기반한 신기루였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유니콘이라는 타이틀은 외형적 평가에 불과했다”며 “성장 서사보다 검증된 수치와 구조적 건정성을 먼저 살펴야 한다는 교훈을 남긴 사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