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04월24일 10시16분에 마켓인 프리미엄 콘텐츠로 선공개 되었습니다.
[런던=이데일리 김연지 기자] 유럽 금융사에 대한 글로벌 사모펀드(PEF)운용사들의 투자액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연합(EU)이 금융사 전반에 대한 투자자 보호 규제를 강화하면서 이에 대응할 역량이 부족한 중소형 금융사들이 ‘대응’보다는 ‘매각’ 혹은 ‘투자 유치’를 선택한 데 따른 결과로 분석된다.
24일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피치북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유럽 금융 서비스사에 대한 글로벌 사모펀드운용사들의 투자액은 78억유로(약 12조 6473억원)로 집계됐다. 이는 64억유로(약 10조 3374억원)를 기록한 전년 동기 대비 20% 이상 증가한 수준이다.
같은 기간 투자 건수는 101건으로, 지난해 1분기(115건) 대비 소폭 감소했다. 퀄리티가 높은 투자 대상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심화하면서 소수의 대형 거래가 관련 투자 시장을 주도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글로벌 사모펀드운용사들은 지난 2020년부터 유럽 금융사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왔다. 유럽 금융사들이 대체로 수수료 기반의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갖추고 있는데다가, 미국 대비 중소형 금융사가 많아 애드온(add on·사모펀드운용사가 이미 소유하고 있는 회사의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유사 분야의 기업을 인수해 덩치를 키우는 전략) 전략을 펼치기에도 적합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금융사에 대한 유럽연합의 투자자 보호 규제 강화가 사모펀드운용사들에게 투자 기회를 제공하는 모양새다. 유럽연합은 앞서 자산운용사를 비롯한 금융사 전반에 대해 투자자 보호와 ESG(지속가능성), 대체투자 리스크 관리 규제를 강화했다. 규제 대응에 들어가는 비용과 운영 부담을 감당하기 어려운 중소형 금융사들이 저평가된 상태로 인수·합병(M&A) 시장에 나오게 된 배경이다.
글로벌 사모펀드운용사를 비롯한 원매자들은 특히 유럽의 자산운용사에 주목하고 있다. 실제 올해 1분기 거래 규모 기준 상위 10건 중 네 곳이 모두 중소형 자산운용사 인수 거래였다. 자산 규모에 따라 고정 수수료를 받는 비즈니스 모델을 채택하는 자산운용사가 많은 만큼, 경기 변동에 따른 리스크가 적다고 보고 베팅한 것으로 보인다.
올해 1분기 최대 규모의 거래로는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 투자관리공사(BCI)의 BBGI 인수가 꼽힌다. BBGI는 룩셈부르크 기반의 인프라 투자사로, 영국과 유럽, 북미, 호주의 사회기반 시설에 주로 투자한다. BBGI는 지난 2월 캐나다 BCI에 약 10억 6000만파운드(약 2조 59억원)에 매각됐다.
이 밖에 일본 노무라 홀딩스는 최근 맥쿼리자산운용의 유럽 자산관리 사업부를 약 2조 5600억원에 인수했고, 영국의 시시스 홀딩스는 런던 소재의 자산운용사인 이블린파트너스를 품었다. 또 미국 사모펀드운용사 로벨 미닉 파트너스는 지난 1월 영국 기반의 컨설팅 회사 브로드스톤을 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