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하락장 속 선방하는 韓증시…관세 피난처·저평가株 잡아볼까
한화에어로 시가총액 순위
4개월만에 22위→7위 껑충
알래스카發 조선업 훈풍에
삼성·현대重 주가 고공행진
중국 한한령 해제 가능성에
에스엠·와이지 好실적 기대
반도체·車는 저평가 매력
삼성전자 PBR 0.86배 수준
美관세 완화땐 현대차 반등
올해 들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 여파로 미국 주식시장이 큰 폭으로 하락한 가운데 국내 증시는 비교적 선방한 성과를 보였다. 금융투자 업계에선 미 관세 정책과 무관한 조선, 방산, 엔터테인먼트주가 증시를 주도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 밀어붙인 관세 정책과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압박 행보로 미국 시장에선 불안이 커지고 있다. 22일(현지시간) 기준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올해 들어 10.10% 하락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15.59% 내렸다. 반면 코스피는 23일 기준 연초 대비 5.28% 상승하며 안정적 흐름을 보이고 있다.
증권가에선 국내 증시에서 관세 영향을 덜 받는 업종이 피난처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신승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관세 협상이 계속되는 가운데 우리 시장에서는 조선·방산·엔터 등 미국 관세 정책과 무관한 섹터가 주도주 역할을 지속할 것"이라며 "반도체·자동차는 딥밸류(초저평가) 구간에 진입했기 때문에 투자 호흡이 긴 투자자라면 지금부터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시기"라고 말했다.
실제로 주요 방산, 조선 종목들의 시가총액 순위는 지난해 말보다 큰 폭으로 상승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경우 시가총액 순위가 지난해 말 22위에서 23일 기준 7위로 뛰었다. 같은 기간 한화오션은 34위에서 14위로, 현대로템은 63위에서 37위로 올라섰다.
이 같은 순위 변동은 해당 종목이 올해 증시 상승을 주도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연초 대비 123.11% 상승했다. 한화오션과 현대로템은 각각 111.90%, 114.01% 오르는 등 세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 밖에도 항국항공우주(44.27%), 삼성중공업(24.17%), HD현대중공업(27.16%) 등도 양호한 성과를 거뒀다.
증권가에선 조선·방산 업종의 추가 상승 여력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두 업종 모두 미국 정책의 수혜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방산의 경우 미국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에 방위비 증액을 압박하는 상황이다. 신 연구원은 "라인메탈, 사프랑, 탈레스 등 서유럽 방산주들의 주가순자산비율(PER)이 34배인 반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현대로템의 PER은 22배, 18배로 상대적으로 밸류에이션이 낮다"고 분석했다.
조선 업종은 미국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가 본격화되며 천연가스 운송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와 전화 통화를 하며 조선업 협력을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당선 직후 윤석열 당시 대통령과의 통화에서도 조선업 협력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엔터테인먼트 업종도 미국의 고율 관세로부터 자유로운 편이다. 중국에서 한한령(한류 제한령)이 해제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관련 기업들의 중국 매출이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도 커졌다.
올해 들어 에스엠은 57.06%, 와이지엔터테인먼트는 39.82%, 하이브는 16.91%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하인환 KB증권 연구원은 "K팝은 관세를 부과하기 모호하며, 대체 불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며 "콘서트 티켓이 1만~2만원 더 비싸다는 이유로 팬들이 다른 가수의 콘서트에 가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한편 증권가는 장기 투자 관점에서 저평가된 반도체, 자동차 업종에 진입할 만하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올해 들어 자동차 업종은 미국의 고율 관세 정책에 타격을 받아 약세를 보였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미국 내 생산설비 증설 계획을 발표했으나, 현대차는 올해 들어 주가가 10.17% 내렸고, 기아는 11.42% 하락했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자동차주와 관련해 "관세 우려는 주가에 이미 상당 부분 반영돼 있다"며 "미국의 자동차 추가 관세가 완화돼 자동차·부품 종목들이 단기 반등할 가능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종목 역시 트럼프 대통령이 별도의 관세 부과를 언급하면서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올해 들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상승폭은 각각 4.31%, 5.72%에 그쳤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최근 삼성전자 주가는 엔비디아 H20의 중국 수출 통제에 따른 향후 실적 우려가 반영되며 직전 고점 대비 12% 하락했다"며 "현 주가가 12개월 선행 PBR의 약 0.86배에 거래되고 있어 향후 하락 위험보다 상승 여력에 초점을 둔 종목 대응이 필요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에도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메모리 시장이 성장할 것으로 기대되며 SK하이닉스는 D램, 낸드에서 차별화된 실적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실적 대비 주가는 저평가 국면에 있고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정유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