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사고 이후 철거규제 강화
자연재해 여파로 소실되거나
건축물 외장재 교체할 경우
해체 인허가절차 수반될수도
기둥 등 주요 구조부 제외한
일부 리모델링 땐 신고 대상
도시는 생명체와 같다. 도시를 구성하는 건축물은 인간처럼 생애주기를 갖는다. 그리고 건축물의 생애는 생로병사를 겪는다. 건축물은 도시와 함께 시간이 흐르면 노후화하고 기능을 잃고 변화의 길을 걷는다. 갓 태어난 아이의 보들보들한 피부처럼 처음에는 최첨단을 자랑했던 건축물은 시간이 흐르면서 구조적 안전성이 약화하고 종래에는 해체라는 과정을 거쳐 자연으로 돌아간다. 건축물의 해체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과거에는 노후 건축물 철거가 비교적 간단한 절차로 진행됐다. 허가보다는 신고 중심, 안전성보다는 비용 절감이 우선시되는 경향이 강했다. 그러나 2019년 서울 서초구 잠원동 건물 붕괴로 인한 예비신혼부부 사망 사고와 2021년 광주 학동 붕괴 사고 발생은 해체 공사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규제 체계를 완전히 바꾸는 계기가 됐다.
당시 광주 학동 해체 붕괴 사고로 9명이 사망하고, 8명이 다쳤다. 붕괴 사고의 원인은 구조 검토 부재, 무단 공법 변경, 불법 하도급, 안전조치 미비 등이 복합적 작용으로 나타났다. 이후 정부는 해체공사 시 해체계획서 작성, 감리 의무화, 허가제 도입, 불법 하도급 금지, 주변 안전시설 설치 등 제도적 강화를 마련·시행했다. 건축물관리법과 건축법이 개정됐고 해체공사는 고위험 공정으로 재정의됐다.
건축물관리법에 의거 건축물 해체는 건축물을 건축·대수선·리모델링하거나 멸실하기 위해 건축물 전체 또는 일부를 파괴하거나 절단·제거하는 것을 말한다. 이 가운데 건축물의 일부나 작은 규모를 개량하는 경우 대수선에 해당할 확률이 높다. 그래서 대수선에 어떤 경우가 해당하는지 짚어보고자 한다. 대수선은 건축물의 주요 구조부(내력벽, 기둥, 바닥, 보, 지붕틀, 주계단)의 구조나 외부 형태를 수선·변경하거나 증설하는 것이다. 내력벽이나 외벽 마감재를 증설 또는 해체하거나 그 벽면적을 30㎡ 이상 수선 또는 변경, 방화벽 또는 방화구획의 증설·해체·수선·변경, 다가구주택이나 다세대주택의 가구 간 경계벽을 증설·해체·수선·변경하는 경우를 포함한다. 다소 복잡하지만 건축물의 리모델링을 생각하고 있는 건물주라면 기억해두길 바란다.
해체 인허가는 허가 대상과 신고 대상으로 구분해 진행된다. 해체 신고 대상 중 일부 해체의 경우는 주요 구조부를 해체하지 않고 건축물 일부를 해체하는 경우다. 전체 해체는 연면적 500㎡ 미만, 높이 12m 미만, 지상·지하 합산 3개 층 이하에 해당하는 건축물의 경우가 신고 대상이다. 이외에 공공 안전 확보 목적에 해당할 경우 일부·전체의 해체 여부와 관계없이 신고 대상에 포함된다. 해체 허가 대상은 신고 대상을 제외한 건축물이 해당한다.
해체 인허가 대상 중 소소하지만 궁금증을 일으키는 몇 가지 사례를 들어보겠다.
요즘 저층 건축물의 가치 상승을 위해 장애인용 엘리베이터(엘리베이터)를 설치하고자 하는 건축주들이 꽤 있다. 면적 증가 없이 설치가 가능하고 오히려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면서 감소한 바닥면적을 다른 곳에 증축할 수 있어서 건축 가치의 상승까지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경우 연면적이 1000㎡ 이상인 건축물은 엘리베이터 설치 시 슬래브 철거로 인해 층별 방화구획 해체를 수반하게 돼 대수선을 진행해야 한다. 해체 신고 대상이 된다. 이때 건축주는 생각하지 않았던 추가 비용과 공사 기간 추가를 고려해야 한다.
일반 사람들은 외장재 변경에 대해 인허가 절차가 수반될 수 있다는 것을 모르는 경우가 있다. 이는 추가 비용을 발생시킬 수 있어 외장재 중 일부를 변경하는 경우라도 반드시 검토해야 한다. 특히 2014년 11월 29일 이후 건축허가를 얻은 건축물의 경우 특정 지역(상업지역)의 건축물이나 특정 용도 건축물의 외벽 마감재를 30㎡ 이상 수선·변경할 때는 대수선에 해당한다. 역으로 표현하면 2014년 11월 29일 이전에 건축허가를 득한 건축물은 해당 사항이 없다. 이는 2014년 11월 29일을 기준으로 건축법시행령 중 외장재 관련 대수선 내용이 포함·개정됐기 때문이다.
지난 3월은 재난으로 온 국민이 힘들어한 시기였다. 산불이 경북 의성군 3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해 1조원이 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많은 건축물이 소실됐고 일부 건축물은 철거를 진행해야 할 상황이 됐다. 여기서 자연재해로 일부 소실된 건축물의 해체도 인허가를 진행해야 하는지 궁금할 것이다. 자연재해로 발생했기 때문에 복잡하고 비용이 수반되는 해체 인가 과정을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경우라도 해체인가를 진행해야 한다. 위반 건축물이나 가설 건축물은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런 건축물 모두 건축물관리법상 해체 허가 또는 신고 대상이 된다. 불법 건축물의 경우 행정명령을 받았으니 그냥 철거하면 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냥 진행하면 또다시 법을 위반하게 되므로 유의해야 한다.
지난해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23년 전국 건축물 현황'을 보면 전국에 30년 이상 건축물이 전체의 42.6%로 나타났다. 전국적으로 향후 10년 내 100만동 이상의 노후 건축물이 해체 대상으로 전환될 것이다. 건축물 해체는 도시 재생과 새로운 개발의 출발점이다. 하지만 전문가에 의한 해체 계획, 환경 규제, 인허가 리스크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 이제 건축물도 '웰다잉(Well-dying)'을 꿈꾸는 시기가 됐다.
[이인화 도원건축사사무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