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다소 이례적인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 증시는 주식, 채권, 달러 모두가 동반 약세를 보이고 있는 반면, 한국 증시는 비교적 견고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역행적 흐름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해볼 수 있다.
첫째, 올해 6월 3일로 예정된 제21대 대통령 조기 선거는 국내 증시에 긍정적 기대감을 불어넣고 있다. 이번 선거는 새로운 리더십에 대한 희망을 키우며 투자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특히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될 가능성과 함께 경제 활성화 정책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예컨대 과거 2017년 조기 대선 당시 코스피는 새 정부 출범 전후로 안정적인 상승세를 보인 바 있다.
둘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발 관세 리스크가 이미 상당 부분 선반영된 점도 한국 증시의 안정성을 높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정책은 글로벌 교역국들에 충격을 주었지만, 한국은 비교적 빠르게 대응 전략을 모색하며 영향을 최소화했다. 한국 정부와 기업들은 관세 영향을 완화하기 위해 미국 외 다른 시장으로의 수출 다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또한 트럼프 행정부 정책의 불확실성이 지난해 11월부터 시장에 반영되기 시작하면서 추가적인 충격은 제한적이었다.
셋째, 한국 기업의 저평가 매력이다. 현재 코스피의 평균 주가수익비율(PER)은 약 10배로, S&P500의 20배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다. 향후 관세 관련 불확실성이 해소된다면, 한국 증시의 저평가 매력이 부각되며 외국인 순매수가 강하게 유입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 증시의 디커플링 현상이 단기적인 반등인지, 장기적인 추세로 이어질지는 몇 가지 요인에 달려 있다. 먼저 트럼프발 관세 쇼크의 장기적 영향이다. 한국은 상대적으로 수출 의존도가 높아 글로벌 교역 환경 악화가 지속된다면 영향을 피하기 어렵다. 특히 반도체와 자동차 산업은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긍정적인 요소도 존재한다. 한국의 수출 다변화 전략과 내수 진작 정책은 디커플링을 지탱할 수 있는 기반이다. 예를 들어 최근 동남아시아와 인도 시장으로의 수출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 또한 새로운 정부가 경제 활성화와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을 내놓는다면 국내 증시의 매력은 더 높아질 것이다.
[김준호 매일경제TV MBNGOLD 매니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