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코노미- 집 100세 시대]
시니어 주택을 미래 먹거리로 낙점한 기업이 적지 않다. 건설업계뿐 아니라 금융사, 유통사, 통신사, 제약사 등 다양한 업종의 회사들이 너도나도 실버 주거 산업에 뛰어들고 있다. 이들이 타깃으로 하는 ‘시니어’가 어떤 특징을 지니고 있는지에 대한 연구도 활발해지고 있다. 최근 10년 새 노인 세대의 라이프스타일과 특성이 확연히 달라졌기 때문이다.
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와 알투코리아부동산투자자문은 최근 ‘노인주거상품의 현황과 개발전략’이란 제목의 연구 보고서를 냈다. 65세 이상 인구의 경제, 사회, 생활 등 분야 각종 통계를 바탕으로 최근 10년간 변화를 분석한 자료다. 고령층은 위계적이거나 가부장적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이러한 시각은 점점 ‘편견’이 되고 있다.
보고서와 통계청 사회조사에 따르면 전반적인 가족관계에 대해 만족하는 65세 이상 남녀의 비율은 2012년 48.6%에서 2022년 55%로, 10년 새 6.4%포인트 증가했다. 배우자와 관계를 만족하는 비율은 10년간 약 9%포인트 상승했고, 자녀와의 관계를 만족하는 비율도 약 8%포인트 늘었다. 이혼에 대해선 긍정적 대답이 늘었지만, 재혼의 경우 부정적 대답이 증가한 점도 특이하다고 할 만한 대목이다.
2012년 가사 분담에 대한 견해를 물었을 때, ‘부인 주도’ 응답 비율이 60.8%였다. 그러나 2022년엔 52.5%로 감소했다. 대신 ‘공평 분담’ 답변 비율이 37.2%에서 45.7%로 증가했다.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도 더 이상 MZ세대(밀레니얼+Z세대)만의 가치가 아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3년엔 ‘일 우선’(45.4%), ‘일·가정 균형’(39.9%), ‘가정 우선’(14.7%) 순서로 답변 비율이 높았다. 2023년엔 일·가정 균형(49%), 일 우선(32.5%), 가정 우선(18.6%) 순서로 1·2순위가 뒤바뀌었다.
과거엔 할아버지나 할머니를 ‘시니어’ 혹은 ‘실버’ 정도로 지칭했다. 요즘엔 ‘뉴 시니어’, ‘액티브 시니어’, ‘욜드’(Young+Old) 등 표현이 자주 사용된다. 노년층의 가치관이나 삶의 태도가 그만큼 많이 바뀌었다는 걸 의미한다. 보고서와 한국디자인진흥원에 따르면 기존 시니어는 노년을 인생의 황혼기로 여겼다. 별다른 취미활동이 없는 경우가 많고, 여행을 간다고 하면 효도여행 등 단체여행 중심이었다. 보유 자산은 자녀에게 물려주고, 노후 준비는 자녀에게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
뉴 시니어는 이에 비해 적극적이고 미래 지향적인 성향을 띤다. 본인을 실제 나이보다 5~10년 젊다고 생각한다. 노년을 인생의 황혼기가 아닌 새로운 인생의 시작으로 바라본다. 여유 있는 부부 여행이나 자유여행을 추구하고, 보유 자산을 자신의 노후 준비를 위해 사용한다. 꾸준히 건강관리를 하고, 직업 활동을 지속적으로 하는 것도 특징이다.
경제 여건도 크게 좋아졌다.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2013년에 65세 이상 가구주의 총자산은 평균 2억8951만원이었다. 2023년에 5억714만원으로 뛰었다. 부동산 등 실물자산 비중이 84.1%를 차지한다. 부동산 가격이 크게 뛰었던 2018년과 2021년, 2022년에 이들의 자산 규모가 큰 폭으로 상승했다. 노인의 개인 소득도 2008년 연간 700만원에서 2020년 연간 1558만원으로 2배 이상 늘었다.
보고서엔 시니어 주택 잠재 수요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도 담겨 있다. 시니어주택 입주의 가장 큰 이유는 식사 및 생활지원 서비스 때문이라고 답했다. 입주 시 가장 큰 고려사항은 입지였다. 경기와 인천, 서울 등 수도권 지역이 선호됐다. 응답자들은 현재 평균 40.3평의 주택에 살고 있다. 시니어주택 희망 평형으로는 투베드룸 형태의 24.2평형을 선호했다. 방이 많은 구조보다 면적이 작고 생활이 편리한 공간을 원하는 것이다.
지난해 65세 인구가 전 국민의 20%를 웃도는 ‘초고령 사회’에 진입했습니다. 은퇴한 시니어 세대에게 건강과 주거가 핵심 이슈입니다. ‘집 100세 시대’는 노후를 안락하고 안전하게 보낼 수 있는 주택 솔루션을 탐구합니다. 매주 목요일 집코노미 플랫폼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