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섭 자본시장硏 금융산업실장
레버리지 투자 열풍이 변동성 키워
헤지비용 독박에 개인 손실만 속출
밸류업 등 정책 기여도 적잖지만
만성 저평가 탈출 제도화 시급
“상장지수펀드(ETF)가 과도하게 커진 상황에서 ETF를 사면 시장 전체가 다 같이 오르고 팔면 일제히 떨어집니다. 개별 기업 가치를 발굴하는 ‘알파’가 사라지고 액티브 투자가 실종된 자리에 과도한 레버리지 수급이 들어오면, 그 변동성 폭탄과 헤지 비용은 고스란히 개인 투자자의 손실로 돌아옵니다.”
지난달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2026 매경 자본시장 대토론회’에 패널로 참석한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현재 국내 증시의 아킬레스건으로 ‘빚투(신용거래) 과열’과 ‘장기 투자 문화의 부재’를 꼽았다.
“개인이 비용 독박 쓰는 구조”
이효섭 실장은 “최근 글로벌 반도체 쏠림과 외국인 매도가 주된 변동성 상승 원인이지만,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와 과도한 빚투 문화가 변동성을 더 키울 수 있다”고 언급했다. ETF를 통한 분산투자는 긍정적이지만, 이것이 레버리지와 결합해 비대해지면서 시장 체력을 망가뜨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레버리지 ETF 헤지 과정에서 주가가 움직이면 장 마감 시점에 헤지 물량이 몰리는 ‘숏감마(Short Gamma) 현상’이 심해져 변동성을 더욱 증폭시킨다”며 “현물로 샀으면 큰 손실을 안 볼 수도 있는 장세인데도, 개인들이 레버리지로 진입했다가 숏감마 변동성 장세의 헤지 비용과 운용 보수까지 온전히 떠안으며 독박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이 실장은 규제 차익 문제도 거론했다. 그는 “경제적 실질이 동일한 신용거래는 레버리지를 더 쓸 수 있으면서도 아무런 사전 교육조차 받지 않는다”며 “레버리지 ETF 투자 시 형식적인 교육과 테스트를 탈피해 실질적인 위험 감내 능력이 있는 개인만 진입하도록 제도를 고치고 규제 차익을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장기 보유 세제 혜택 강화, 퇴직연금 및 액티브 공모펀드 중심의 기관투자자 육성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 실장은 정부의 주주환원·밸류업 정책이 거둔 성과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최근 국내 증시가 프리미엄 시장으로 도약한 데에는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 개선 효과가 50% 이상으로 가장 컸다. 하지만 상법 개정 추진, 배당소득 분리과세, 지속적인 밸류업 프로그램, 중복상장 금지 등 정부의 제도 변화 역시 증시 상승에 30% 내외로 기여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 실장은 “실제 시장의 자본비용이라 불리는 할인율(디스카운트 비율)이 과거 12%대에서 올해 초 9%대까지 큰 폭으로 감소했다”며 “양적 성과 측면에서는 정부 정책이 시장 체질을 바꾸는 데 분명히 기여했다”고 밝혔다.
저PBR 원인은 ‘열악한 지배구조’
양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국내 상장기업의 70% 가까이가 여전히 PBR(주가순자산비율) 1 미만에 머물러 있는 현실은 고질적인 지배구조 문제 탓이라는 게 이 실장의 생각이다. 그는 “당장 기업의 수익성을 끌어올리기는 쉽지 않다”면서도 “그렇다면 왜 이렇게 저평가되어 있는가를 냉정하게 봐야 한다. 대주주들이 경영권 방어나 상속세 등의 이유로 주가가 올라가는 것을 원치 않아, 고의로 주가를 누르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고 일갈하며 이를 차단할 제도화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또한 주요국 대비 낮은 배당수익률을 극복하기 위해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자의 수탁자 책임 원칙) 내실화 △디스커버리(증거개시) 제도 도입 △집단소송 및 공시 강화 등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특히 그는 “한국은 대주주 지분율이 높아 유통주식 비율이 현저히 낮다”며 “일본 도쿄증권거래소(JPX)처럼 상장 요건에 유통주식 비율을 도입해 시장 참여자들이 기업을 끊임없이 모니터링할 수 있도록 규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밖에 이 실장은 올해 유독 하락세가 두드러진 코스닥 시장에 대해 “코스닥이 올해로 30주년을 맞았지만 좀비기업의 연명, 지나치게 높은 개인투자자 비중, 심각한 정보 비대칭으로 인한 불공정거래라는 3대 구조적 문제에 가로막혀 있다”며 전 단계의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특히 상장(IPO) 단계의 모순을 지적했다. 이 실장은 “분석 결과 코스닥 시장에 1년에 많게는 100여 개 기업이 상장되는데, 많은 기업들이 매출과 수익성의 ‘정점(피크아웃)’ 시점에 대주주 엑싯(투자금 회수) 목적으로 상장을 추진한다”며 “결국 상장 이후 주가가 꺾이면서 개인투자자들이 고점에서 물량을 다 받아내는 구조”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코스닥 기업의 밸류업 공시를 확대하고,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소외된 코스닥 종목의 애널리스트 리포트가 대거 발행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보았다.
그는 또 “유상증자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 전환사채(CB) 발행, 최대주주 변경 공시 등은 현재 내부자들만 선행적으로 알 뿐 개인들은 적시에 알기 어렵다”며 고질적인 정보 비대칭 해소를 주문했다. 코스닥 시장의 버팀목이 될 기관투자자 육성을 위해 “코스닥 벤처펀드나 연기금 등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우량 기업에 투자할 수 있도록 세제 혜택을 개선하고, 벤치마크 지수 개편을 적극적으로 유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여의도란도란’은 매주 주말, 금융투자업계 인물을 조명하는 매일경제 증권부의 온라인 기획 연재물입니다. 시장을 움직이는 결정의 순간부터 잘 드러나지 않았던 업계 뒷이야기까지, 사람을 중심으로 자본시장 흐름을 풀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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