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을 배우고 조선소에서 일하며 돈도 벌 수 있다는 말에 한국에 들어온 베트남 청년들이 실제로는 교육도 받지 못하고 임금도 없이 일하다가, 결국 인신매매 피해자로 인정됐다.
23일 피해자 측 대리인 이주언 변호사에 따르면 여성가족부 산하 중앙인신매매 등 피해자 권익 보호기관은 최근 20대 베트남 기술연수생 A씨 등 2명을 노동력 착취로 인한 인신매매 피해자로 인정했다. 2023년부터는 인신매매 규정이 확대돼 노동력 착취도 대상에 포함되면서다.
2023년 6월 국내에 입국한 A씨 등은 경남 김해시 한 민간 직업학교와 연계한 기술 연수생 비자(D-4-6)로 국내에 입국했다. 이 비자는 실무 중심의 직업기술 교육을 위한 것으로, 이들은 용접 기술을 배워 조선소에 취업한 뒤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을 믿고 한국행을 택했다. 학원비와 기숙사비 등 한 사람당 지불한 금액도 약 2000만원에 달했다.
베트남 현지에서는 4∼5년을 일해야 모을 수 있을 만큼 이들에게는 크고 소중한 돈이었지만 이들은 제대로 된 교육도 받지 못한 채 입국 3개월 만인 2023년 9월 전남 목포의 한 공장으로 보내졌다. 이들은 손을 다치는 등 악조건 속에서 한 달을 일했지만, 돈은 받지 못했다.
이들은 비자 연장을 조건으로 학원 측에 추가 비용을 지불했지만, 실제로 비자는 연장되지 않았고 낸 돈도 반환받지 못했다. 이에 A씨 등은 학원 측을 사기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으며,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이다. 같은 비자로 입국한 다른 베트남인 연수생 7명 역시 제대로 된 교육 없이 노동력만 착취당한 것으로 알려져 피해 구제를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
이 변호사는 "노동력 착취로 인신매매가 인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학원 측은 A씨 등 비자 기한이 만료된 뒤 비자 연장 신청을 하는 등 사실상 이들을 방치했으며 추가 피해자들을 위한 법적 절차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민형 한경닷컴 기자 mean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