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는 걸 훔칠 수도 있을까요. 빛나는 성취나 부와 명예 말고 초라한 것, 고통스러운 것, 어디 내놓기 부끄러운 것. 이창동 감독의 신작 영화 을 보고 나니 세상엔 빼앗길 수 없는 게 많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큐멘터리 감독 예지 (조여정 역)는 해고 노동자 부부 미옥 (전도연 역)의 불행을 훔치려 합니다. 포획 도구는 카메라, 이들의 이야기는 예지의 첫 다큐멘터리 영화 소재가 될 예정입니다. 예지의 카메라는 아름다운 '선의'로 중무장했습니다. 영화를 통해 대기업 정리해고로 길바닥에 나앉은 노동자들의 현실을 세상에 더 널리 알리려는 의도입니다. 그래서 자살한 해고 노동자의 빈소에서도, 미옥 남편의 오열이 울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