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대 대통령 선거가 2주 앞으로 다가왔다. 유권자의 삶과 직결되는 부동산 문제는 주요 쟁점에서 밀려나 있는 느낌이다. 주요 후보의 공통된 공약이라고 해봐야 공공임대를 통한 공급 확대, 재건축·재개발 촉진,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노선 확충 정도다. 제20대 대선에서 윤석열 후보는 250만 가구, 이재명 후보는 311만 가구 공급을 약속했던 것과 비교하면 이번 대선은 ‘부동산 공약 실종 선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후보자들이 말을 아끼고 이전 주요 정책을 답습하는 배경에는 복잡하게 얽힌 시장 현실과 여야 모두 자유롭지 못한 책임론이 있다. 그러나 침묵이 해결책은 아니다. 업계에서는 “건설부동산업이 1997년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때보다 더 심각하다”는 말이 나돈다.
3년째 얼어붙은 부동산 시장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시중 유동성 급증으로 부동산 시장 과열이 2~3년 더 지속됐다. 2022년 상반기 아파트 가격이 단기 고점을 찍은 후 하향 곡선을 그렸다. 금리 상승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이 뒤따랐다. 특히 그해 9월 ‘레고랜드 사태’ 이후 PF 시장 경색과 아파트 분양 감소가 본격화했다.
수요 위축은 미분양 증가로 이어졌다. 지방의 준공 후 미분양(지난 3월 말 기준)은 2만5117가구로 11년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여기에 최근 3년간 인허가 및 착공 물량이 급감하면서 공급 가뭄 우려까지 더해졌다. 금융권의 PF 부실은 개발업계 생태계를 무너뜨렸고, 상당수 사업은 토지 매입 단계(브리지론)에서 멈춘 채 경·공매로 내몰리고 있다. 공실에 상가와 지식산업센터 시장은 초토화됐다.
건설사도 손을 놓진 않았다. 아파트 미분양 물량은 최고 30%까지 할인해 수요자 찾기에 안간힘을 쏟았다. 급등한 공사비 속에서도 정해진 기간 내 책임준공을 완수하려고 했다. 하지만 3년 침체에 버틸 장사가 많지 않았다. 올해만 200위 내 건설사 중 10곳이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이유다.
민간 주도 정상화가 해법
건설·부동산은 직접고용 200만 명, 중개업소 등을 포함하면 직간접 고용이 250만 명에 달하는 대표적 내수산업이다. 경기 회복과 고용 창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얘기다.
업계는 대선 후보들에게 민간 중심의 공급 전략을 촉구하고 있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2023년 지은 공공주택은 1만321가구, 지난해에는 2만5000가구에 불과하다. 시장에서 요구하는 신규 주택 수요는 연간 50만 가구, 이 중 아파트는 30만 가구에 달한다. 재정적자와 과도한 국가 부채로 공공이 모든 수요를 감당할 수 없는 건 명백한 사실이다.
서울 등 도심의 주택 공급원인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하고 아파트 민간임대 등록제를 부활할 필요가 있다. 전·월세 물량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임대차 시장의 불안을 완화하는 기반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정권에 따라 하루아침에 뒤바뀌는 부동산 정책의 비일관성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 정책 혼선은 투자 심리를 악화하고 시장의 예측 가능성을 떨어뜨린다. 이른바 주택정책처 같은 독립적 주택정책기구를 설치하는 것도 진지하게 검토돼야 한다. 부동산 시장 안정은 민간이 지역 수요에 맞게 공급을 지속하는 데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