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조희대 대법원장·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21일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이 HD현대중공업을 상대로 낸 단체교섭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노조가 소송을 제기한 지 9년, 대법원에 사건이 접수된 지 약 7년 6개월 만의 결론이다.
쟁점은 원청인 HD현대중공업이 사내하청 노동자들로 구성된 노조의 단체교섭 요구에 응해야 하는 ‘사용자’인지 여부였다.
금속노조는 2016년 4, 5월 HD현대중공업에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노조 활동 보장과 산업안전, 고용보장 등에 관한 단체교섭을 요구했다. 사측은 자신들이 하청 노동자들의 근로계약상 사용자가 아니라며 교섭 요구를 거부했고, 노조는 2017년 1월 소송을 제기했다.1·2심은 모두 회사 측 손을 들어줬다.
하청 업체들이 독립적인 급여체계와 취업규칙, 인사관리 체계를 갖추고 있었고, 근태 관리와 징계 등에 대해서도 독자적 권한을 행사했다는 점 등을 근거로 HD현대중공업과 하청 노동자들 사이에 명시적·묵시적 근로계약 관계가 성립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번 대법원 다수의견(8명)도 이를 유지했다. 전원합의체는 “구 노동조합법이 적용되는 사안에서 단체교섭 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는 근로자와 명시적 또는 묵시적 근로계약관계를 맺은 자라는 종전 법리가 여전히 타당하다”고 밝혔다.대법원은 과거 판례에서 원청이 하청 노동자의 근로조건을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하는 경우 부당노동행위 책임을 질 수 있다고 판단한 바 있지만, 이번 사건에서는 이를 단체교섭 의무까지 확대해석할 수는 없다고 봤다.재판부는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와 단체교섭 의무는 구별된다”며 “원청이 하청노조 활동을 방해할 경우 부당노동행위 책임을 질 수는 있어도, 그 사정만으로 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교섭 상대방이 된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또 “단체교섭 거부는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는 만큼 죄형법정주의 원칙상 사용자 개념을 엄격하게 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판결은 지난 3월 시행된 개정 노동조합법, 이른바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처음 나온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단이라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개정 노동조합법은 사용자 범위를 기존 사업주뿐 아니라 “근로계약 체결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조건을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까지 확대했다. 다만 이번 사건은 2016년 단체교섭 요구를 둘러싼 분쟁이어서 개정법이 아닌 옛 노동조합법이 적용됐다.때문에 노란봉투법의 적용을 받는 사건에서는 앞으로 대법원 판례가 변경될 가능성도 있다.
대법원도 이날 “개정 노동조합법 제2조 제2호 후문에 ‘이 경우 근로계약 체결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하여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도 그 범위에 있어서는 사용자로 본다’는 내용이 추가됐다”며 “사용자의 범위를 넓히는 입법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이어 “향후 개정 노동조합법이 적용되는 구체적인 사건에서 노동3권의 실효적 보장이라는 입법목적에 맞게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하여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의 개념을 해석하여야 함은 별론으로 한다”고 밝혔다.
반대 의견을 낸 오경미, 이흥구, 신숙희, 마용주 대법관 등 4명은 “노동3권의 실질적 보장을 위해서는 원청이 하청 노동자의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결정하는 경우 단체교섭 의무를 부담한다고 봐야 한다”며 기존 판례를 변경해야 한다고 밝혔다.반대 의견은 “수급근로자의 노동조합이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결정하는 원청과 직접 교섭할 수 있어야 노동3권이 실효적으로 보장된다”며 “노란봉투법은 새로운 입법이라기보다 기존 하급심과 노동위원회의 해석을 명문화한 것에 가깝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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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치훈 기자 sch5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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