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일본에 데려가고 싶네”...日 요양전문가들 한국 ‘초코’에 감탄한 이유는

1 day ago 7

건강체크에 낙상 방지까지
세계로 뻗어가는 K노인돌봄

침대·현관·욕실서 넘어지면
요양원 컴퓨터에 ‘낙상’ 경고
심박·호흡도 실시간 모니터링

日 최대 요양기업 솜포케어
韓 IoT·AI홈케어 기술 배워가

사진설명

“일본은 요양시설에서 수기로 시니어 정보를 기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국의 첨단 정보기술(IT)을 결합한 요양 서비스는 대단합니다.”

최근 방한해 프리미엄 시니어 레지던스인 케어링 스테이 포천광릉수목원점을 찾은 일본 기업 ‘솜포케어’의 사이토 가즈히로 시니어 부문 리더는 시설을 견학하는 내내 감탄사를 아끼지 않았다. 솜포케어는 일본 최대 손해보험그룹 솜포홀딩스에서 요양·복지 서비스를 담당한다. 특히 그는 시니어 안전을 위한 디지털 홈케어 시스템에 주목했다.

이곳은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활용해 침대, 현관, 욕실 등에 실시간 낙상 감지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실제 취재진이 이곳에서 넘어지는 시늉을 하자 곧바로 관리인의 컴퓨터에 ‘낙상’ 경고등이 커졌다. 이뿐만 아니라 심박수, 호흡수 등 넘어진 취재진의 건강 상태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었다.

일본은 프라이버시에 대해 엄격한 사회 분위기 때문에 요양시설 내 폐쇄회로(CC)TV 설치가 쉽지 않다. 하지만 이곳은 지능형 CCTV 인공지능(AI) 카메라가 곳곳에 설치돼 시니어의 안전사고 방지에 기여하고 있다.

사이토 리더는 “일본은 IT를 요양 서비스에 적극 도입하고 싶다는 생각은 있지만, 현실적으로 당장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이 많지 않다”며 “한국은 기술을 이용해 시니어 안전을 책임지는 프로그램이 많아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일본 최대 요양·복지 서비스 기업 ‘솜포케어’의 사이토 가즈히로 시니어 부문 리더(맨 왼쪽)가 경기도 포천에 있는 케어링 스테이 포천광릉수목원점을 방문해 지능형 인공지능(AI) 폐쇄회로(CC)TV 시스템을 둘러보고 있다. 차창희 기자

일본 최대 요양·복지 서비스 기업 ‘솜포케어’의 사이토 가즈히로 시니어 부문 리더(맨 왼쪽)가 경기도 포천에 있는 케어링 스테이 포천광릉수목원점을 방문해 지능형 인공지능(AI) 폐쇄회로(CC)TV 시스템을 둘러보고 있다. 차창희 기자

올해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한국에서 노인돌봄 공백이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AI, IoT 등 첨단 IT를 활용한 K노인돌봄 혁신이 돌봄 공백의 해법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보다 20년 일찍 초고령사회에 접어든 일본에서도 한국의 에이지테크(Age-tech)를 배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3일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의 만 65세 이상 인구 비중은 지난해 19.2%에서 2042년 35.5%까지 급증할 것으로 추정된다. 노인 인구는 지속해서 늘어나는데, 정작 이들을 보살필 돌봄 인력은 태부족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간병인으로 대표되는 국내 돌봄서비스직 공급 부족 규모는 2022년 19만명에서 2042년엔 최대 155만명 수준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사이토 리더는 “일본은 돌봄 인력 부족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며 “한국은 일본보다 더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될 예정이라 돌봄 인력 부족이 일본보다 더 심각해지는 상황이 올 것”이라고 평가했다.

시니어와 양방향 대화가 가능한 인공지능(AI) 돌봄로봇 ‘효돌’ ‘효순’. 차창희 기자

시니어와 양방향 대화가 가능한 인공지능(AI) 돌봄로봇 ‘효돌’ ‘효순’. 차창희 기자

이에 정부와 시니어업계는 첨단 IT를 활용해 돌봄 공백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일선 지방자치단체들이 독거노인 가구를 대상으로 양방향 소통이 가능한 ‘반려’ 돌봄로봇을 보급하는 것도 이런 시도의 일환이다.

돌봄로봇 내부에는 챗GPT와 같은 AI 서비스를 비롯해 각종 센서가 내장돼 있어 머리, 귀, 손, 발을 만지면 대화를 나눌 수 있다. 흔히 로봇 하면 떠올리는 딱딱한 철제 제품이 아닌 귀여운 봉제인형의 모습으로 친근감을 더한 제품도 많다. 상대방의 건강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식사·복약·운동·응급 상황 체크도 가능해 사실상 개인 비서 역할을 맡는 셈이다.

부산에 거주하는 80대 박 모씨는 “지자체로부터 돌봄로봇을 보급받은 후 매일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대화도 나누고 있다”며 “돌봄로봇의 손자뻘 남자아이 목소리 덕에 일상 속 따스함을 느끼고 있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박씨는 이 돌봄로봇에 ‘초코’라는 이름도 지어줬다.

기술과 디자인 등에서 우수성을 인정받은 한국의 AI 돌봄로봇은 최근 국내를 넘어 해외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국내에서 약 1만명이 사용 중인 AI 돌봄로봇 제품 ‘효돌’은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의료기기 승인을 받았다. 네덜란드 헤이그대를 통해 현지 입양 테스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향후 효돌은 영어, 네덜란드어 등 현지 맞춤형 서비스를 고도화해 본격적으로 수출 확대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뇌졸중·뇌출혈 등으로 인해 팔다리 거동이 불편한 시니어의 보행을 보조하는 돌봄로봇도 있다. 단순하게 걷는 걸 도와주는 보행 보조기구를 넘어 시니어의 다양한 움직임을 돕고 낙상 위험을 줄여주는 기능까지 수행한다.

돌봄로봇을 통한 양방향 소통 후 시니어의 정서적 안정성이 개선됐다는 평가 결과도 있다. 충북 단양군이 돌봄로봇을 지급한 독거노인 11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우울증지수가 약 46% 낮아졌다.

일본 교토 요양시설에 진출한 한국의 인지능력 개선 시니어 웰니스 케어 플랫폼 ‘액서브레인’의 모습. 인키움

일본 교토 요양시설에 진출한 한국의 인지능력 개선 시니어 웰니스 케어 플랫폼 ‘액서브레인’의 모습. 인키움

이처럼 앞서가는 K노인돌봄은 현재 세계에서 고령인구 비율이 가장 높고 노인돌봄 경험이 오랜 기간 축적된 일본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시니어 웰니스 케어 플랫폼 ‘엑서브레인’을 운영하는 인키움은 지난해 하반기 일본 도쿄와 교토의 요양시설 2곳에 플랫폼을 수출했다. 쌍방향 스크린을 기반으로 하는 이 플랫폼은 간단하지만 다양한 디지털 게임을 통해 인지능력과 신체 근력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한다.

일본 현지 반응이 좋아 업체 측은 추가 수출도 기대하고 있다. 김태헌 인키움 수석은 “일본은 돌봄 서비스 자체는 발달했지만 대부분 아날로그 위주이고 디지털 활용 기술은 접목이 안 돼 있다”며 “한국 IT 돌봄 서비스가 활약할 수 있는 시장을 집중적으로 공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스마트 밴드를 활용해 고령자의 건강 상태 등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늘케어’ 서비스를 운영하는 제론엑스도 일본 통신 대기업과 현지 진출에 대해 협의 중이다. 제론엑스는 지난해 10월 쿠웨이트 국영석유공사 산하 노인전문병원 의료진을 상대로 늘케어 서비스를 시연하기도 했다.

일본 교토 요양시설에 진출한 한국의 인지능력 개선 시니어 웰니스 케어 플랫폼 ‘액서브레인’의 모습. 인키움

일본 교토 요양시설에 진출한 한국의 인지능력 개선 시니어 웰니스 케어 플랫폼 ‘액서브레인’의 모습. 인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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