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현대차그룹, 서남권을 신사업 거점으로…AI데이터센터·수소기지 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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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그룹이 전남·북 등 서남해안 벨트에 ‘피지컬 인공지능(AI)’의 전진기지를 건설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풍부한 재생에너지를 활용해 AI산업의 최대 약점인 ‘전력 부족’ 한계를 넘어서겠다는 구상이다. 현대차그룹은 이곳에 수소 생산기지와 AI 데이터센터를 동시에 구축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이를 실행하기 위해 최근 ‘로봇·수소에너지 태스크포스(TF)’를 신설했다.

[단독] 현대차그룹, 서남권을 신사업 거점으로…AI데이터센터·수소기지 세운다

◇로봇·수소 TF 최근 꾸려

7일 업계와 정부 등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로봇·수소에너지 TF를 최근 구성했다. 대관 업무 담당 임원이 우선 사업을 추진할 총괄을 맡았다. 대관 임원을 프로젝트 책임자로 앉힌 건 정부가 역점 사업으로 추진 중인 ‘국가 피지컬 AI 클러스터’ 조성 계획과 보조를 맞춰 규제 해소와 인프라 지원을 끌어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공식 TF장은 이달 정기 인사에서 정해진다.

TF 신설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달 16일 발표한 50조원 규모 미래 신산업 투자에 대한 실행 조치다. 당시 정 회장은 대통령실에서 열린 ‘한·미 관세협상 후속 민관 합동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만나 “2030년까지 국내에 125조2000억원을 투자하고, 이 중 50조5000억원을 피지컬 AI와 로보틱스 등 미래 신사업에 쏟아붓겠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 5만 개를 공급받기로 했으며 AI 팩토리 등 건설을 추진 중이다.

TF는 앞으로 피지컬 AI 기술 개발의 ‘컨트롤타워’가 된다. 피지컬 AI 기술의 핵심인 로봇과 에너지를 하나의 조직으로 묶은 건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AI와 로봇 기술 구현에 필수 조건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로봇이 현실을 인지하고 판단하는 피지컬 AI를 구현하려면 방대한 양의 실주행·실생활 데이터를 학습시키기 위한 막대한 전력이 필요하다.

◇전남·북에 유력 검토

현대차그룹은 이를 고려해 수소 생산기지와 AI 데이터센터 부지로 전남·북 서남해안 벨트를 최우선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그룹 고위 관계자는 “AI 데이터센터와 수소 생산기지엔 전력이 많이 필요한데,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잉여 전력이 많이 생길 호남 지역을 우선적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이 서남권에 1기가와트(GW) 규모 PEM 수전해 플랜트 건설을 계획 중이다.

AI 데이터센터는 장기적으로 다른 도시에도 지어질 계획이다. 부산 등 경남권 도시가 주요 후보로 거론된다. 호남과 부산·경남권은 바다 인근이어서 해수 냉각 등에 유리하고 현대차 울산공장, 기아 광주공장 등과 가깝다.

현대차그룹은 로봇 생산 공장도 마련할 예정이다. 이곳에서 로봇은 물론 제조 노하우가 부족한 중소기업의 제품을 위탁 생산(파운드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런 피지컬 AI 기술을 토대로 조명이 꺼진 공장에서도 로봇이 24시간 제품을 생산하는 ‘다크 팩토리’를 현실화한다는 구상이다.

TF는 내년 2월께 구체적인 투자 계획과 정책 지원 요청 사항을 담은 제안서를 마련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피지컬 AI는 테슬라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도 사활을 걸고 뛰어든 미개척 분야”라며 “현대차그룹의 계획이 실현되면 자율주행차 데이터에 향후 양산할 로봇 데이터까지 모일 것”이라고 말했다.

양길성/신정은 기자 vertig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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