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한국형 아이언돔' 천궁-Ⅲ, 한화 꺾고 LIG넥스원이 수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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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조원 수출된 천궁-Ⅱ 차기 모델
총 2조8300억원 투입
교전 능력 5배, 방어 면적 4배 확보
유도탄, 한화가 0.1점차로 밀려
연말 L-SAM-Ⅱ도 LIG·한화 구도
HD·LIG, 장보고-Ⅱ 개량사업서 승리
내년엔 전투용 무인수상정도 맞대결

천궁-Ⅱ / 한경DB

천궁-Ⅱ / 한경DB

'한국형 아이언돔'으로 불리는 약 3조원 규모의 차세대 중고도 지대공미사일 '천궁-Ⅲ(M-SAM Block-Ⅲ)' 개발 사업의 총괄 사업자로 LIG넥스원이 선정됐다. 천궁-Ⅱ의 수출 규모가 총 12조원이 넘는 '베스트셀러'로 떠오른 가운데 LIG넥스원은 유도무기 경쟁자인 한화의 맹추격을 뿌리치고 차기 사업인 천궁-Ⅲ 사업권을 지켰다.

하지만 한화가 천궁-Ⅱ처럼 레이더·발사대 등 주요 장비를 맡게 되면서 경쟁 구도는 유지되는 모양새다. 'K방산'이 수출산업으로 자리잡으면서 향후 L-SAM-Ⅱ(고고도 지대공 미사일) AAM(대항공기 유도탄) 사업과 전투용 무인수상정 사업으로 LIG넥스원과 한화의 대결이 확전되며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단독]'한국형 아이언돔' 천궁-Ⅲ, 한화 꺾고 LIG넥스원이 수주

LIG넥스원 승기 잡았지만..."0.1점차"

27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4일 방위사업청은 천궁-Ⅲ 관련 총 19개 과제 우선협상대상자에 공문을 보내 선정 결과를 통보했다. LIG넥스원과 한화에어로·시스템이 각각 8개 과제를 수주하며 비등하게 맞섰다.

업계 관계자는 "체계종합·레이더·유도탄 등 천궁-2에서 각자 맡고 있던 사업에 LIG넥스원과 한화가 서로 도전장을 내밀었다"며 "일부 사업에선 0점대 차이로 치열하게 전개됐지만 결국 천궁-Ⅱ 체계가 유지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고 밝혔다.

천궁-Ⅱ 구성 / 국방기술품질원 제공

천궁-Ⅱ 구성 / 국방기술품질원 제공

천궁-Ⅲ 개발사업은 2034년 전력화를 목표로 총 19개 과제에서 총 2조8300억 원을 투입해 완제품을 개발하는 사업이다. 천궁-Ⅲ는 천궁-Ⅱ보다 교전 능력이 5배, 방어 면적은 4배 확대된 차세대 방공 체계로 개발된다. 우리 군의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를 L-SAM-Ⅱ(고도 40~150㎞), L-SAM(40~70㎞), 천궁-Ⅱ·Ⅲ(5~40㎞), 장사정포 요격체계(~5㎞)와 분담할 예정이다.

[단독]'한국형 아이언돔' 천궁-Ⅲ, 한화 꺾고 LIG넥스원이 수주

LIG넥스원은 미사일 개발의 '두뇌'와 '신경'에 해당하는 체계 종합과 유도탄 과제를 확보하며 '국산 유도무기' 체계업체로서의 위상을 재확인했다. 다만 유도탄 과제에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불과 0.1점차까지 따라붙으면서 비등하게 맞섰다.

이 외에도 미사일의 '눈'인 탐색기와 구동장치 등 총 8개 분야를 수주하며 기존 사업을 성공적으로 방어했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LIG넥스원이 대공·대함미사일에 전문화된 한편, 한화에어로가 함대지·공대지미사일 등에 전문화돼 있어 유도무기 기술력에서 치열한 경쟁이 벌어졌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화는 레이더·발사대 수성

한화는 다기능레이더(MFR)와 발사대 등 천궁-2에서 맡고있었던 핵심 부품을 놓치지 않았다. 한화시스템이 담당하는 MFR는 일찌감치 수주가 유력시됐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LIG넥스원의 도전을 0.7점 차이로 막아내며 발사대 사업을 지켜냈다. 한화는 발사대, 추진기관, 탄두 등을 포함해 총 8개 과제를 확보하며 LIG와 균형을 맞췄다.

두원중공업(기체 구조), 비츠로셀(열전지), 단암시스템즈(비행측정장치) 등 전문 중견기업들이 나머지 3개 과제를 수주하며 기술력을 갖춘 K방산의 생태계를 증명했다.

천궁-Ⅱ

천궁-Ⅱ

업계에선 이번 결과에 대해 개발리스크를 최소화하길 원했던 국방과학연구소(ADD)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 해외 수출 사업으로 성장한 천궁 사업은 무기의 기능뿐 아니라 신뢰성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LIG넥스원은 1985년 전문화·계열화 지정제도가 도입될 때부터 국산 대공 유도무기를 전담하는 반면, 한화는 탄도 유도무기를 맡아왔다. 2008년 전문화·계열화 제도 폐지 이후 2010년 후반대 들어 기술력이 겹치는 LIG넥스원과 한화의 경쟁이 본격화됐다. 업계 관계자는 "LIG넥스원과 한화시스템은 방산 분야 포트폴리오가 기술적으로 80% 가량 겹친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L-SAM(고고도 공대지미사일) / 한경DB

L-SAM(고고도 공대지미사일) / 한경DB

연말로 예상되는 '한국형 사드' L-SAM-Ⅱ AAM 사업도 두 회사의 경합이 점쳐진다. 작년 연말 입찰이 진행된 L-SAM-Ⅱ ABM(대탄도탄 유도탄) 사업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경쟁입찰에서 승리해 국방과학연구소(ADD)와 시제 개발 계약을 맺었다. L-SAM-Ⅱ는 항공기를 요격하는 AAM과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ABM으로 유도탄의 종류가 나뉜다.

잠수함 개량사업도 HD현대·LIG넥스원 '승기'

같은 날 발표된 장보고-Ⅱ 잠수함(214급) 성능개량 사업에서는 LIG넥스원과 손잡은 HD현대중공업한화오션을 꺾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LIG넥스원이 국산화한 소나 시스템이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보고-Ⅱ급 잠수함 ‘김좌진함’ / 국방부 제공

장보고-Ⅱ급 잠수함 ‘김좌진함’ / 국방부 제공

이번 성능개량사업은 약 5000억원을 투입해 20년 이상 노후된 잠수함 통합전투체계를 최신의 기술 기반으로 개선하는 게 목적이다. HD현대중공업은 LIG넥스원과 손잡고 해당 사업에 참여했으며, 한화오션은 한화시스템과 협력했다.

214급 잠수함은 총 9척 중 6척을 HD현대중공업이 제작했다. 한화오션은 장보고-Ⅲ 배치-Ⅱ 3척 등의 국산 잠수함을 건조했다. 국내에서 운용되는 잠수함 전투체계는 장보고-I, 장보고-Ⅱ 모두 외국산을 가져다 썼다.

HD현대중공업은 직원들의 군사기밀보호법 위반으로 오는 11월까지 국가 사업 입찰에서 1.8점의 감점을 받고 있다. 하지만 기술점수를 높게 받아 종합 평가점수에서 앞선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5월 국제해양방위산업전(MADEX 2025)에서 발표된 한화시스템의 전투용 무인수상정 목업 / 한화시스템 제공

지난 5월 국제해양방위산업전(MADEX 2025)에서 발표된 한화시스템의 전투용 무인수상정 목업 / 한화시스템 제공

내년 발주될 전투용 무인수상정 사업도 HD현대중공업·LIG넥스원 연합군과 한화오션·한화시스템 등 한화그룹의 수주전이 예상된다. LIG넥스원은 스텔스 디자인에 MFR을 탑재한 해검-X를, 한화시스템은 군집운용 등 유·무인복합체계(MUM-T)를 적용한 전투용 무인수상정을 선보였다. 한화시스템과 한화오션은 지난해 해군 주관 전투용 무인수상정 '1차 개념설계' 과제를 수행하며 앞서는 모양새다.

함정에 장착되는 근접방어무기체계(CIWS)-2 사업도 양사가 부딪혔던 사업이다. LIG넥스원과 한화시스템이 모두 선진국 기술로 꼽히는 능동위상배열(AESA) 레이더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서다. CIWS는 AESA 레이더와 전자광학추적장비, 30㎜ 게틀링포를 결합해 사람 개입 없이 분당 수천발을 쏟아내며 미사일, 자폭드론, 고속정을 방어하는 무기다.

국제해양방위산업전(MADEX 2025)에서 발표된 LIG넥스원의 전투용 무인수상정 '해검-X' 목업 / 한화시스템 제공

국제해양방위산업전(MADEX 2025)에서 발표된 LIG넥스원의 전투용 무인수상정 '해검-X' 목업 / 한화시스템 제공

LIG넥스원은 탈레스에서 네덜란드산 CIWS인 '골키퍼' 정비기술을 이전받아 구미에 골키퍼 전용 창정비 시설을 갖춰놓고 있다. 그런 점이 고려돼 2021년 LIG넥스원이 승기를 잡았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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